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비터 크리스마스(Bitter Christmas)’가 2026년 3월 20일 스페인에서 개봉된다. 작품은 2025년 봄에 촬영을 마쳤으며, 최근 소니 픽처스 클래식이 배급권을 인수했다. 알모도바르는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칸 영화제 출품 전에 스페인 현지 개봉을 먼저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수십 년째 “칸보다 먼저 자국 개봉”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해왔고, 영화제 측 역시 이에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비터 크리스마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삶의 방향을 잃은 한 여성이 친구와 함께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란사로테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닮은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고, 현실과 예술의 경계가 점차 뒤섞인다. 알모도바르 특유의 메타적 구조와 감정의 색채가 녹아든 작품으로, 창작의 고통과 인간관계의 불안정함을 동시에 탐구한다.
주연은 ‘더 룸 넥스트 도어’에서 호평받은 빅토리아 루엥고와 ‘라이엇 폴리스’의 파트릭 크리아도가 맡았다. 이번 작품은 알모도바르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영어권 프로젝트를 벗어나 다시 스페인어로 복귀한 첫 작품이다. 전작 ‘더 룸 넥스트 도어’가 영어로 제작된 베니스 황금사자 수상작이었던 만큼, 이번 영화는 감독이 본연의 언어와 감성으로 돌아온 ‘귀환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더 룸 넥스트 도어’는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출연한 죽음과 예술에 대한 명상적 드라마로,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를 거머쥐며 알모도바르의 경력에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이번 신작은 그가 다시 자신만의 언어와 정체성으로 돌아가, 삶과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내밀한 심리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데뷔작 ‘페피, 루시, 봄(Pepi, Luci, Bom)’ 이후 알모도바르는 ‘그녀에게(Talk to Her)’, ‘나쁜 교육(Bad Education)’, ‘내 안의 피부(The Skin I Live In)’,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부로큰 엠브레이시스(Broken Embraces)’,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Women on the Verge of a Nervous Breakdown)’ 등을 통해 스페인 영화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았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는 이번 작품으로 ‘더 룸 넥스트 도어’,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Strange Way of Life)’, ‘패러럴 마더스(Parallel Mothers)’, ‘페인 앤 글로리’에 이어 다섯 번째로 알모도바르와 손을 잡게 된다. ‘비터 크리스마스’는 그의 영화적 여정 속에서 또 하나의 정점이자, 예술과 현실을 넘나드는 알모도바르식 고백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