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의 침체 —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1억 달러 손실, A24 ‘스매싱 머신’ 흥행 참패

2025년 10월 중순, 헐리우드의 가을 극장가는 혹독하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오스카 유력 후보작들이 잇따라 박스오피스에서 무너지고 있다. A24의 드웨인 존슨 주연작 ‘더 스매싱 머신(The Smashing Machine)’은 개봉 2주차에 70%나 매출이 급감하며 누적 수입 1,010만 달러에 그쳤고, 채닝 테이텀이 출연한 ‘루프맨(Roofman)’은 800만 달러로 초라한 개봉 성적을 기록했다.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한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 역시 불과 85만 달러로 사실상 개봉 실패에 그쳤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예술성과 흥행의 간극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평단으로부터 “세대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 세계 수익 1억4천만 달러라는 숫자는 인상적이지만, 워너브라더스가 투입한 제작비 1억3천만 달러와 마케팅비 7천만 달러를 고려하면 손익분기점인 3억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디카프리오의 ‘퍼스트 달러 그로스(first-dollar gross)’ 계약이다. 이는 영화가 수익을 내기 전부터 배우가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선지급받는 구조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내부 추산에 따르면 이 영화의 손실은 약 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워너브라더스는 “부정확한 추정”이라며 이를 부인했지만, 올해 ‘시너스(Sinners)’와 ‘마인크래프트 무비’ 같은 흥행작으로 벌어들인 총 40억 달러 수익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손실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A24의 고위험 확장 전략, ‘스매싱 머신’의 경고

A24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는 독립 스튜디오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엔 그 위상에 균열이 생겼다. 2024년 A24는 기업가치를 35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이를 바탕으로 예산 규모를 대폭 늘린 작품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더 스매싱 머신’의 실패는 그 실험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A24 특유의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은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A24는 해외 배급권 판매를 통해 손실을 일부 상쇄했으나, 해외 파트너들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A24는 자국 내 손실을 줄였지만 해외 파트너들이 타격을 받았다”며 “이번 결과로 향후 협업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는 현재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탁구 드라마 ‘마티 슈프림(Marty Supreme)’을 제작 중이다. 예산은 6천만~7천만 달러로, A24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다. 하지만 ‘스매싱 머신’의 결과 이후 업계는 그 리스크를 주목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현실: ‘지금 보러 갈 이유’가 사라졌다

팬당고의 박스오피스 분석가 숀 로빈스는 최근 어덜트 드라마들의 부진에 대해 “이들 영화는 관객에게 ‘지금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은 기존의 90일에서 불과 2~3주로 줄었고, 관객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는 인식에 익숙해졌다. 결과적으로 슈퍼히어로나 거대 프랜차이즈 영화가 아닌 작품들은 극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텍사스 캐피털 시큐리티스의 애널리스트 에릭 울드는 “관객은 1년에 몇 번밖에 극장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몇 번은 대부분 속편이나 스핀오프다. 새로운 IP는 실패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헐리우드, ‘좋은 영화면 된다’는 신화를 버려야 할 때

2025년의 헐리우드는 다시 한 번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렸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예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재정적으로는 실패했고, ‘스매싱 머신’은 예술성과 상업성 모두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관객은 단순히 ‘좋은 영화’가 아니라 ‘놓치면 안 되는 이벤트’를 찾는다. 관객의 선택 기준이 바뀐 지금, 헐리우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화의 품질 이상으로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좋은 영화면 관객이 온다’는 오랜 신화는, 이제 현실과 가장 멀리 있는 문장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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