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선을 지닌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드디어 차기작 준비에 돌입한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농담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이미 국제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차기작 ‘젠지라의 장엄한 꿈’, 2026년 2월 크랭크인
그의 신작 ‘젠지라의 장엄한 꿈(Jengira’s Magnificent Dream)’은 2026년 2월 스리랑카에서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전작 ‘메모리아’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이 이번에도 출연할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현재까지는 공식 확정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다. 작품은 과부가 남편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스리랑카의 시기리야를 찾으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르테(Arte)는 “주인공 젠지라는 과학과 공감을 통해 과거, 미래, 영혼을 잇는 살아 있는 포털로 거듭난다”고 소개했다.
아서 C. 클라크의 삶에서 영감
위라세타쿤은 이번 작품이 아서 C. 클라크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클라크는 생애 말년을 스리랑카에서 보내며 ‘낙원의 샘(The Fountains of Paradise)’을 집필했는데, 이 작품이 영화의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위라세타쿤은 “내가 상상하고 꿈꿔온 이야기를 담은 3~4시간짜리 영화 트리트먼트를 썼다”며 이번 작품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기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참고로 그의 기존 최장편은 136분짜리 ‘메모리아’다.
위라세타쿤의 영화 세계
2004년 ‘열대병(Tropical Malady)’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위라세타쿤은 2010년 ‘엉클 분미(삼나무에 사는 사람들의 기억)’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사의 중심에 섰다. 그의 영화는 자연과 꿈의 신비를 탐구하며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극명하게 둘로 나눈다. 좋아하거나, 혹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하지만 그 독특한 영화적 리듬과 비전은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실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젠지라의 장엄한 꿈’은 위라세타쿤의 영화 세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는 순간이 될 전망이다. 긴 러닝타임과 스리랑카라는 배경, 그리고 아서 C. 클라크라는 거장의 흔적까지 더해진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월드시네마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