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 없다’(No Other Choice)가 오는 크리스마스, 북미 일부 극장에서 먼저 공개된 뒤 내년 1월 전국 개봉에 들어간다. 배급사 네온(NEON)은 4일(현지시간) 이 같은 일정을 공식 발표하며 연말 극장가와 시상식 시즌을 겨냥한 전략을 내놨다.
이 영화는 지난 8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네온 측은 비평적 성취와 시상식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작품이라며 크리스마스 개봉 배경을 설명했다.
‘어쩔수가 없다’는 첫 장면부터 박찬욱 특유의 스타일이 강하게 각인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리듬감 있는 편집, 대담한 구도, 예리한 톤 전환 등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그의 필모그래피를 지켜온 관객이라면 즉시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가 곳곳에 담겼다. 영화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하며, 박찬욱이 수십 년간 영화화하기를 꿈꿔온 프로젝트다. 고(故) 웨스트레이크에게 헌정된 이 작품은 제지공장에서 25년을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만수(이병헌)가 존엄과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풍자극, 스릴러, 블랙 코미디, 멜로드라마, 부조리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만수의 아내가 새로운 일을 찾고, 의붓아들이 소도시 문제에 휘말리는 등 서브플롯이 중심 이야기와 맞물리며 다층적인 드라마를 완성한다.
네온은 올해 이미 칸 영화제 수상작 자파르 파나히의 ‘It Was Just an Accident’, 요아킴 트리에의 ‘Sentimental Value’를 보유하며 시상식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여기에 ‘어쩔수가 없다’가 베니스 경쟁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으로 떠오르면서, 황금사자상 수상 시 오스카 국제영화상 후보 진출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찬욱의 전작 ‘헤어질 결심’(2022)은 비평적으로는 높이 평가됐으나 아카데미에서 외면받았다. 그러나 ‘어쩔수가 없다’는 더 오락적이고 시의성이 뚜렷해 ‘기생충’과 유사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찬욱은 이번 작품을 “평생의 프로젝트”라고 정의하며, 단순히 수상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라 수십 년간 마음속에 간직해온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비록 ‘올드보이’와 ‘아가씨’가 여전히 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남아 있지만, ‘어쩔수가 없다’는 그 못지않게 강렬한 연출적 성취를 보여주며 박찬욱 필모그래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