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고였을뿐’ 리뷰: 자파르 파나히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억과 트라우마의 감옥을 응시하다

원글 출처:
Roger Ebert

제목과 달리 자파르 파나히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만큼 치밀하게 통제된 영화는 드물다. 오프닝은 한밤중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한 부부(에브라힘 아지지)와 임신한 아내의 차 안 풍경으로 시작된다. 뒷좌석에서는 아이가 팝 음악에 맞춰 흔들리며 가족의 달콤한 드라이브가 이어지지만, 아버지가 개를 치어버리면서 그 분위기는 깨진다. 딸은 슬퍼하지만 어머니는 무심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며, 가로등도 없는 이 도로에선 동물이 희생되는 게 흔한 일이라며 신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이 우연은 길 위의 생명체처럼 결국 그들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차량이 멈춘 곳은 작은 공장 앞. 한 직원이 수리를 돕는 동안 동료 바히드(바히드 모바세리)는 뒷방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그때 그는 다리 보조기에서 나는 삐걱거림을 듣고 표정이 굳는다. 몰래 다가가 보니 드라이버가 도구 상자를 찾는 모습. 바히드는 목소리를 바꾸며 숨어서 대답한다. 그는 이 남자가 과거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정보장교 에그발이라고 확신한다.

파나히의 ‘그저 사고였을 뿐’은 우리가 시간과 기억으로 만든 감옥, 그리고 그 감옥을 열 열쇠를 찾는 이야기다. 인간성이 박탈된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가? 적들의 낡은 도구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곧 파나히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그는 2010년 투옥돼 가혹행위를 겪었고, 석방 이후 가택연금과 영화 제작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영화를 만들며 저항하고 있다.

이야기는 바히드가 결단을 내리며 본격화된다. 그는 드라이버를 추적해 차로 치고 납치해 사막으로 데려가 묻으려 한다. 하지만 남자가 “내 상처는 최근 것”이라며 자신이 ‘페그 레그’일 수 없다고 항변하자 의문이 생긴다. 정말 맞는 사람일까? 파나히는 영화 초반부터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딸이 “집에 아무도 올 수 없다”고 말하거나, 붉은 조명 속 인물을 비추는 연출은 히치콕의 ‘마니’를 연상시키며 트라우마와 기억의 교차를 암시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남자의 정체가 아니라, 그 존재가 피해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다. 바히드는 사진사 시바(마리암 아프샤리)를 찾아가고, 그녀는 마침 결혼식을 찍고 있었다. 신부 골리(하디스 파크바텐) 또한 정치범 출신이었다. 이들은 또 다른 전직 수감자 하미드(모하마드 알리 엘리아스메르)를 만나기 위해 함께 이동한다. 모두 눈가리개를 쓴 채 고문을 당했기에 기억은 감각에 의존한다. 바히드는 소리, 시바는 냄새, 하미드는 상처를 만져 인물을 식별한다. 이 감각의 소환은 이들이 논리보다 본능과 분노에 끌려 움직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는 복수극이 아니다. 오히려 의외의 유머가 녹아 있다. 노동자, 신혼부부, 사진사, 평범한 청년까지 뒤섞인 작은 공간에서 각자의 개성이 부딪히며 기묘한 웃음을 만든다. 밴이 고장 나고, 아기가 태어나고, 뇌물이 오가며, 갈등이 농담처럼 터진다. 아미르 에트미난 편집감독의 팬닝 샷은 코미디적 리듬을 더한다.

동시에 영화 속 공간은 곧 감옥이다. 남자를 숨기는 툴박스, 밴 자체, 그리고 사막. 하미드의 긴 독백 장면은 단 하나의 숏으로 세 가지 구도를 오가며, 각 인물이 과거를 지워버리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질타한다. 억압적 체제 속에서 생존과 인간성 사이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결국 영화의 중심 질문은 이것이다. 이들이 과거의 고문자와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배우들은 각자의 도덕적 딜레마를 날것 그대로 풀어내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아민 자파리 촬영감독의 공간감, 톤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나리오, 배우들의 집중된 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낭비되는 숏 하나 없는 이 영화는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지키며,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 영화라는 것을 증명한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바로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내며, 인물들에게도, 그리고 창작자 자신에게도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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