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룸 넥스트 도어’ 리뷰: 알모도바르가 그린 우정과 죽음, 절제된 감정의 초상

원글 출처:
Indiewire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좋은 친구라고 믿고 싶어한다. 커피 한 잔이나 저녁 식사로 근황을 나누고, 필요할 때 다정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쯤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친구가 이사를 또 도와달라 해도 기꺼이 나서거나, 슬픔에 잠긴 시기에 꼭 필요한 음식을 보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어 장편 데뷔작 ‘더 룸 넥스트 도어’는 우리가 친구를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책 사인회에서 작가 잉그리드(줄리안 무어)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마사(틸다 스윈턴)가 암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간다. 두 사람은 과거에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재회하자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은 듯 예전의 친밀함을 회복한다. 항암 치료 사이사이 마사는 잉그리드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 미셸과의 소원한 관계, 고교 시절 첫사랑 프레드의 비극, 전쟁기자로서 배운 교훈들…. 그녀는 마치 시간에 쫓기듯 고백을 이어간다. 결국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는 나쁜 소식이 전해지고, 마사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내가 나를 먼저 끝내면 암은 날 이길 수 없어.” 그렇게 마사는 궁극적인 우정의 시험을 만들어낸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잉그리드가 과연 그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도와줄 수 있을까?

시그리드 누네스의 소설 ‘What Are You Going Through’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배우의 호흡으로 이끌어가는 감정적인 2인극이다. 잉그리드 역의 무어는 관객의 대리인처럼 행동하며,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도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소 지나치게 동정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모든 행동은 아픈 친구를 위하려는 사랑에서 비롯된다. 스윈턴은 또 다른 방식으로 절제된 우아함을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는 감정을 억눌러 차갑게 보이지만, 가끔씩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 그녀 역시 인간임을 상기시킨다. 이야기는 점차 마사의 서사에 집중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의 시점을 넘나들며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진다.

알모도바르가 ‘더 휴먼 보이스’, ‘스트레인지 웨이 오브 라이프’ 두 편의 단편을 거쳐 장편으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그의 완벽한 복귀작이라 보긴 어렵다. ‘내 어머니에 대하여’,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 ‘그녀에게’, ‘귀향’, ‘내가 사는 피부’처럼 강렬한 대화 리듬과 억눌리지 않은 감정의 폭발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작 ‘페인 앤 글로리’, ‘패러렐 마더스’가 말하지 못한 감정과 깊은 주제를 담았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표면적인 선에 머무른다. 마치 일기장의 3/4만 채워지고 남은 빈칸처럼 느껴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조차 예상보다 감정적 여운이 적다. 지나치게 절제되고 경직된 톤은 알모도바르에게는 드문 실수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모도바르는 색채와 구도의 대가로서 여전히 빛난다. 초기 16mm 시절부터 그는 대담한 색채 감각을 보여왔으며, ‘내 어머니에 대하여’처럼 원색의 팔레트는 여전히 그의 시그니처다. 이번 작품에서는 녹색과 빨강이 대비를 이루며 두 주연 배우를 감싸고, 잉그리드의 차갑고 푸른빛 아파트는 마사의 녹색빛 발코니 정원 아파트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무어의 붉은 립스틱과 머리색조차 세트와 의상에 반영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알모도바르의 색채 미학은 여전히 눈부시다.

‘더 룸 넥스트 도어’는 조용하지만 울림 있는 작품으로, 우정과 슬픔, 죽음을 성찰한다. 우리는 언제 친구의 위기에 함께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곁을 지킨다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영화 후반부, 과거 두 사람이 공유했던 옛 연인 다미안(존 터투로)이 등장해 잉그리드를 지지하며 세계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잉그리드는 오히려 희망과 삶의 순간을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는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알모도바르는 이를 잔잔하지만 명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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