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스틸링’ 리뷰: 대런 아로노프스키, 범죄 누아르에 블랙코미디를 얹다

원글 출처:
Indiewire

오스틴 버틀러가 연기하는 행크 톰슨의 아파트 곳곳에서 열 번째, 열한 번째 술병이 발견될 즈음, 이 남자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목표의식 없이 살아가며, 크게 다친 무릎과 교통사고 악몽에 시달리는 그는 이미 초반 15분 만에 파탄의 조짐을 드러낸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신작 ‘커트 스틸링(Caught Stealing)’은 찰리 허스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원작자가 직접 각본을 맡았다.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의 1998년 배경을 세세하게 재현했지만, 과장된 설명과 억지스러운 전개는 영화적 리듬과 어긋난다.

이 작품은 피, 내장, 구토, 배설물, 장기적출 등 자극적인 장면으로 가득하지만, 오히려 블랙유머와 부조리함이 드러날 때 비로소 살아난다. 바텐더로 일하며 연인 이본(조이 크라비츠)과 야구 경기를 즐기던 행크의 삶은, 떠나며 고양이를 부탁한 이웃 러스(맷 스미스)의 집을 노리는 괴한들과 얽히면서 무너진다. 결국 그는 신장 하나를 잃고,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어 뉴욕의 어두운 지하 세계로 추락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행크가 어떤 이유로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놓지 않고 버티면서, 더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행크보다 개성 강한 조연들의 힘으로 끌려간다. 리브 슈라이버, 레지나 킹, 빈센트 도노프리오, 그리핀 던, 캐롤 케인, 배드 버니 등 화려한 출연진은 버틀러의 절제된 연기와 대비되며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아로노프스키는 여기서 정체성과 연기를 탐구한다. 행크는 단순한 실패자인가, 아니면 감춰둔 잠재력을 지닌 인물인가? 경찰, 갱스터, 유대인 마피아 등 캐릭터들이 직업과 분장으로 정의되는 가운데, 진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은 드물다. 이 긴장감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극대화된다.

다만 영화는 블랙유머와 잔혹한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한다. 술에 의존하던 행크가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게 되는 설정은 익살스러운 반전이지만, 진지한 범죄극의 긴장감을 희석시킨다. 그러나 마지막 막에 들어서야 비로소 영화의 큰 그림이 맞춰지며, 아로노프스키가 노린 어두운 희비극의 정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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