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 리뷰: 제시 플레먼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직설적 제약회사 인질 스릴러에서 엠마 스톤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 하다

원글 출처:
Indiewire

마이클 하네케의 ‘퍼니 게임’이 파괴적 쾌락주의자가 아닌, 세상을 구하려는 외로운 생태주의자 두 명의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바로 그 상상을 실현한 듯한 영화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부고니아(Bugonia)’다. 이 작품은 극도로 폐쇄적이고 엄격하게 통제된 고문극이자 블랙코미디적 실험이다.

제시 플레먼스는 천재적 음모론자이자 양봉가 테디 역을 맡아 열연한다. 그는 심각한 정신질환자이거나, 아니면 유일한 선지자일지도 모르는 인물이다. 그는 사촌 도니(에이단 델비스)를 끌어들여 거대 제약회사 임원 미셸 풀러(엠마 스톤)를 납치하는 계획을 꾸민다. 그녀가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는 ‘서세션’과 ‘더 메뉴’의 윌 트레이시가 각본을 맡았다. 이는 ‘Kinds of Kindness’에서 에프티미스 필리푸가 보여준 냉혹한 잔혹극이나, ‘페이버릿’, ‘가여운 것들’에서 토니 맥나마라가 구축한 화려한 대사극과는 결이 다르다. ‘부고니아’는 트레이시 특유의 ‘부자를 죽여라’식 풍자를 담고 있으면서도, 란티모스는 자본주의를 향한 저항마저 ‘퍼포먼스’일 수 있음을 파고든다.

란티모스는 이번에도 변태적 무심함이라는 자신의 서명을 새겨 넣는다. 다만 이번에는 광각 렌즈는 배제된 채, 인간의 타락을 임상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이 더욱 날카롭게 드러난다. 전작 ‘가여운 것들’이 의외의 대중 친화적 면모와 희망을 보여줬다면, ‘Kinds of Kindness’는 다시 냉혹한 세계관으로 회귀했다. ‘부고니아’는 그 두 작품과 ‘신의 죽음’, ‘더 랍스터’ 사이 어딘가에 놓이며,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엇갈린 태도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뒤틀린 블랙코미디인 동시에,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허무에 도달하는 진지한 경고문이다. 심지어 고문 장면에 그린데이의 ‘Basket Case’가 흐르는 순간은 웃음과 불쾌가 동시에 폭발한다.

다만 2시간의 러닝타임은 메시지를 과잉으로 반복하며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90분짜리 영화였다면 훨씬 타이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잉이야말로 영화가 ‘중요해 보이는’ 무게를 부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결국 ‘부고니아’는 심오하면서도 심각하게 우스운,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2003년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다. 란티모스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주면서도 원작의 부조리한 세계관을 충실히 재현한다. 작품은 최근 루벤 외스틀룬드의 영화처럼 반복적 허무 속에서 풍자를 길어 올리며, 란티모스와 동시대적 대화를 이어간다.

이야기의 배경은 미국의 황량한 공장 마을이다. 테디는 창문에 은박지를 붙이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음습한 집에서 양봉을 하며, 꿀벌 군집 붕괴에 집착한다. 반면, 제약회사 옥솔리스의 정점에 있는 CEO 미셸 풀러는 위선적 친절과 겉치레식 사회적 메시지로 회사를 운영한다. 회사는 치명적 부작용을 낳은 약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지만, 그녀는 밤마다 평온히 잠든다.

테디의 어머니(앨리샤 실버스톤)도 임상실험 부작용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이는 그가 미셸을 겨냥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된다. 결국 그는 도니와 함께 스테로이드에 취해 미셸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간다. 촬영은 자크 타티식 아이러니한 거리감으로 진행되지만, 이내 관객을 피와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엠마 스톤은 실제로 머리를 삭발하며 강렬한 몰입을 보여준다.

영화는 인류의 변화를 향한 란티모스의 회의적 시선을 다시금 드러낸다. 플레먼스는 병적으로 마른 몸과 광기에 찬 눈빛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스톤은 ‘가여운 것들’의 벨라와는 정반대인 위선적 CEO를 구현한다.

‘부고니아’는 오늘날 자경단적 폭력과 대기업 불신을 반영하며 시의성을 획득하지만, 결코 희망적 메시지를 주진 않는다. 영화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결국 변하지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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