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아 바움백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돈 드릴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노이즈’는 거대한 제작비와 특수효과, 액션 시퀀스를 동반한 그의 첫 본격 블록버스터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평단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고, 관객들과의 연결 고리도 실패했다. 그 해, 바움백은 자신의 창작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Vanity Fair와의 인터뷰에서 바움백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 영화에 자부심은 있지만, 만들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죠. ‘이걸 왜 하고 있지? 단지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이걸 여전히 좋아하고 있긴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이트 노이즈’는 바움백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원작 소설은 영화계와 문학계 모두에서 ‘영화화 불가능한 작품’으로 여겨졌고,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바움백은 영화 제작 후 한동안 ‘조용한 위기’를 겪으며 감독으로서의 정체성과 진로를 의심하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더군다나 제작 자체도 순탄치 않았다. 촬영은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고, 도중에 촬영감독도 교체됐다. 처음에는 마이클 세레신이 참여했지만, 후반부에는 롤 크롤리가 촬영을 마무리했다. 특수효과와 액션 설계가 포함된 영화는 바움백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었고, 그는 아마도 다시는 그런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制작비에 대한 공식 입장은 1억 달러지만,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실제로는 1억 4천만 달러 이상이 투입됐다는 이야기가 오랜 시간 돌고 있다. 이는 촬영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바움백의 이야기에는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한다. 바로 ‘바비’의 공동 각본 작업이다. 그레타 거윅과 함께 쓴 이 작품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그에게 네 번째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을 안겼다. 그는 “그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바비’가 침체된 자신을 구원한 계기가 되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제 바움백은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 ‘제이 켈리’로 돌아왔다. 그는 배우 에밀리 모티머와 이 영화를 공동 집필하며, 다시금 창작의 즐거움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왜 그녀와 함께 쓰자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의 제 자신이 더 나은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더 유머 있고, 더 매력 있고, 더 깊이 있는 사람처럼요.”
‘화이트 노이즈’의 실패는 바움백에게 커다란 내상을 남겼지만, 동시에 그를 다시 창작으로 이끌어 줄 새로운 파트너와 작업의 문을 열어주었다. 고통과 회의 속에서 탄생한 ‘제이 켈리’는 단지 새로운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노아 바움백이 ‘영화감독’으로서 다시금 자신을 정의한 순간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