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파이기, 마블의 미래를 말하다: ‘리셋’과 ‘축소’, 그리고 ‘판타스틱 4’의 귀환

2025년 여름, 할리우드 디즈니 로트의 마블 스튜디오 본사에서 케빈 파이기는 취재진 앞에 앉았다. MCU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2032년까지 이어질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파이기는 마블이 준비 중인 차세대 프로젝트들이 담긴 자물쇠 잠긴 셔터문을 가리키며 농담을 던졌다. “안젤라가 일부러 잠가둔 거예요. 누가 열어보려 하나 테스트하는 거죠.”

하지만 이번 대화의 핵심은 농담이 아니었다. 파이기는 <판타스틱 4: 퍼스트 스텝스> 개봉을 앞두고 마블의 창작 철학, 제작 방식, 그리고 이 시점에 MCU를 되돌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Captain America "Avengers Assemble" Scene - Portal Scene - Avengers : Endgame (2019) Scene📉 “우리는 너무 많이 만들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50시간의 이야기를 만들었죠. 그런데 지난 6년 동안은 100시간이 넘는 콘텐츠를 쏟아냈어요.” 파이기의 말처럼,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양적 팽창의 시대에 들어섰고, 이는 곧 피로도로 이어졌다. 그는 “슈퍼히어로 장르에 대한 피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따라가질 못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디즈니+라는 확장 플랫폼의 영향도 컸다. <이터널스>, <샹치> 같은 실험작이 이어졌고, TV 시리즈와의 연계성은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그 결과, 일부 팬들은 “이걸 보려면 다른 걸 다 알아야 하나?”라는 피로를 호소하게 됐다. 최근의 <썬더볼츠*>는 호평을 받았지만, 세계 흥행은 3억 8천만 달러에 그쳤다.


Robert Downey Jr. Back as Doctor Doom for Two 'Avengers' Movies🧭 리셋의 시작: ‘시크릿 워즈’와 닥터 둠

2027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는 단순한 대미가 아니다. 파이기는 이 작품이 멀티버스 사가의 끝이자 “전체 리셋”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MCU의 새로운 악역 중심축으로는 이미 조나단 메이저스를 배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닥터 둠이 확정되었다.

“강(캉)은 충분히 크지 않았어요. 코믹스에서 수십 년간 진정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는 따로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닥터 둠을 선택했어요.”


Deadpool & Wolverine isn't the solution for the MCU's problems | Digital Trends🧪 제작 방식의 변화는 없지만, 예산은 ‘1/3 축소’

DC 공동대표 제임스 건이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으면 승인도 없다”는 정책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마블은 여전히 제작 중간에도 계속해서 각본을 ‘플러싱(plussing)’하는 방식이다. “난 단 한 번도 완벽한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어요. 만족한 적도 없고요.” 파이기의 이 철학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팬데믹 이후 팽창한 예산 문제는 조정됐다. <데드풀 & 울버린>부터 <판타스틱 4>까지 마블의 최근 영화들은 2년 전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제작됐다. 제작진은 <더 크리에이터>의 제작팀과 미팅까지 하며 효율적인 제작 방법을 연구했다.


Daredevil: Born Again - Official Trailer (Disney+)📺 “TV는 TV답게” – MCU의 스트리밍 전략 수정

파이기는 “하루에 하나씩” TV 시리즈를 내놓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앞으로는 연간 최대 한두 편의 실사 시리즈만 선보이며, 영화와의 연결성도 대폭 줄일 예정이다. <썬더볼츠*> 마지막에 벌어진 뉴욕 대재앙은,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즌2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고 못박았다.

“우리는 2010년대 넷플릭스 마블처럼, TV는 TV로서 존중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Spider-Man: Beyond The Spider-Verse Release Date Delayed AGAIN🧑🏽‍🎤 다양성은 여전히 중요, 그러나 ‘마일스 모랄레스’는 아직

<블랙 팬서> 이후 꾸준히 다양성을 강화해온 마블은 향후에도 그 방향성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건 DEI나 ‘워크(woke)’ 이슈 이전부터 우리가 해오던 이야기”라며 파이기는 그 흐름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즈 마블>의 카말라 칸, <이터널스>의 스타폭스, 샬리즈 테론의 클레아 같은 캐릭터들의 재등장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가 끝나기 전까지, 마일스 모랄레스의 실사화도 “계획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Avengers: Doomsday (2026) - IMDb🎥 MCU의 미래는 미국이 아닌 런던?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시크릿 워즈>는 모두 런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많은 작품을 촬영해온 마블이 유럽으로 향한 것은 단순한 세금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영화가 너무 많아졌을 때, 안정적인 스튜디오 공간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어요.”

다만 향후 미국 내 촬영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최근 캘리포니아가 발표한 7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제작 인센티브는 주목할 만하다.


How Shang-Chi, Master of Kung Fu, Knocked Down Stereotypes - The New York Times🦸‍♂️ 차기 프로젝트는 “장르 실험으로의 회귀”

파이기는 <샹치>처럼 단일 캐릭터 중심의, 장르 실험이 핵심인 작품으로 MCU의 다음 단계를 그릴 계획이다. “한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아직 해보지 않은 장르를 탐색할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블이 슈퍼히어로 공식에 갇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천명한 셈이다.


New The Fantastic Four: First Steps Runtime Is Shorter Than Thunderbolts*🧢 ‘판타스틱 4’는 MCU의 새로운 출발점

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로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하는 첫 번째 ‘판타스틱 4’ 영화는 기존 MCU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숙제 없는” 독립작이다. “이들은 언제나 A리그에 있어야 할 캐릭터들이죠.”

영화는 복고풍 미래지향적 세계관에서 시작되며, 1994년 미공개 ‘판타스틱 4’ 영화의 배우들도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다.


Marvel's Kevin Feige on Fantastic 4, Texting James Gunn About Superman🎬 케빈 파이기의 다음 10년

“앞으로 10~15년 동안도, 나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큰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디즈니 내부의 ‘승계’ 이야기에 대해 파이기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마블이 그 꿈을 실현할 가장 좋은 플랫폼이며, 자신은 여전히 그 이야기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그는 요즘 밤마다 1930~40년대 고전 영화들을 보고 있다. “옛날 영화들을 보면, 극장 관람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다시 느낄 수 있어요. 결국, 오래된 것이 다시 새로워지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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