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남우주연상 투표에서 랄프 파인즈를 뽑지 않은 두명의 아카데미 회원… 이유는 ‘이미 한번 받았잖아’ (사실 그는 받은적 없음)

배우 랄프 파인스는 지난 30년간 다양한 걸작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왔지만, 아직까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지 못했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일부 아카데미(AMPAS) 투표자들에게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Variety는 아카데미 회원 두 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들은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파인스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이미 한 번 수상했으니까.”

하지만 이들의 기억은 틀렸다. 많은 이들이 파인스가 1993년작《쉰들러 리스트》로 오스카를 받았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그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자는《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였다.

이 사실을 전해 듣자 한 투표자는 깜짝 놀라며 “아, 젠장!(Oh sh*t!)”이라고 반응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이들이 표를 던진 배우가 애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였다는 것이다. 브로디는 2002년 《피아니스트》로 이미 오스카를 받은 바 있다. 즉, 파인스를 ‘이미 수상자’라며 배제하고, 실제 수상 경험이 있는 브로디에게 표를 던진 셈이다.

 

‘쉰들러 리스트’의 전율적 연기, 그리고 이어진 명연기들

토미 리 존스의 《도망자》 연기는 훌륭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쉰들러 리스트》에서 파인스가 선보인 SS 장교 아몬 괴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였다. 유대인 학살을 조롱하듯 저지르는 광기 어린 연기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 연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당시 그는 수상에 실패했고, 이후 1996년《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다시 한번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올해 그는 《콘클라베》에서 신앙의 위기를 겪는 한 추기경을 연기하며 다시금 오스카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를 보면, 이번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남우주연상 경쟁이 티모시 샬라메《컴플리트 언노운》와 애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사이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파인스는 상대적으로 멀어진 3위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과소평가된 명배우, 랄프 파인스

올해 62세가 된 랄프 파인스는 꾸준히 강렬한 연기를 펼쳐왔지만, 그의 업적은 때때로 동시대의 더 ‘화려한’ 배우들에게 가려졌다. 그러나 그가 지난 30여 년간 남긴 필모그래피를 보면, 오스카가 여전히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그의 대표작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퀴즈 쇼》(Quiz Show, 1994)
《스트레인지 데이즈》(Strange Days, 1995)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 1996)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킬러들의 도시》(In Bruges, 2008)
《레드 드래곤》(Red Dragon, 2002)
《스파이더》(Spider, 2002)
《콘스탄트 가드너》(The Constant Gardener, 2005)
《더 메뉴》(The Menu, 2022)

이처럼 파인스는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매 작품마다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단순한 오스카 수상 여부를 떠나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강렬하고 다재다능한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 오스카 트로피를 들지 못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올해 역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과연 오스카는 그의 연기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