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 아노라(Anora)가 지난 주말 열린 미국 감독 조합상(DGA Awards)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베이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극장 개봉 기간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며, 영화계 동료들에게 연대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커 감독은 트로피를 수상한 후 “우리가 극장 개봉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이를 요구합시다. 우리는 영화를 큰 스크린을 위해 만듭니다. 최소한 90일의 극장 개봉 기간을 되찾아야 합니다. 예전처럼 돌려놓읍시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90일 극장 독점 기간’
2020년과 2021년의 팬데믹과 그로 인한 봉쇄 조치는 여전히 영화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2019년 수준의 극장 관객 수 회복이 주요 이슈로 남아 있으며, 동시에 극장 독점 상영 기간 단축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과거 할리우드는 일반적으로 영화 개봉 후 최소 90일 동안 극장에서만 상영한 후,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PVOD,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유니버설(Universal) 같은 대형 스튜디오들은 이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일부 영화는 개봉 후 불과 몇 주 만에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배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프맨(Wolf Man)이다. 유니버설이 새롭게 리메이크한 이 고전 늑대인간 영화는 지난 1월 17일 북미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2월 4일에는 이미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화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화의 가치 하락과 산업 전반의 위기
스턴트맨 (The Fall Guy)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극장에서 단 17일 동안만 상영된 후 PVOD로 이동했다. 영화가 대중에게 충분히 다가갈 기회를 얻기도 전에 디지털 플랫폼으로 ‘밀어내기’식 배포가 이루어진 셈이다.
약 100년 전, 대공황 시기 미국에서는 극장 산업이 오히려 성장했다. 영화는 저렴한 비용으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중적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스튜디오들이 극장 경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이는 단순히 수익 문제를 넘어 영화 산업 자체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유니버설의 또 다른 작품 위키드(Wicked)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이 영화는 12월 개봉 이후 오랜 기간 극장에서 상영되며 성공적인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극장 수익이 여전히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개봉 4주 만에 P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영화가 ‘콘텐츠’로 전락하는 시대,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영화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TV 프로그램, 게임 등과 나란히 ‘콘텐츠’로 분류되는 시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영화가 단순한 ‘타일’ 중 하나로 여겨진다면, 기대감과 특별함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숀 베이커 감독의 발언은 이러한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영화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90일 극장 독점 기간’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이제 영화인들이 그의 호소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2025년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