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호러 영화 팬들에게 풍성한 한 해였다. 광란의 거미, 사탄 숭배 심야 토크쇼를 다룬 영화들까지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개봉하며 관객을 놀라게 했다. 이번 해의 호러 영화들은 흔히 사용된 장르적 장치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테런스 맬릭과 제이슨 부히스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슬래셔 영화부터, 전 세계적 파국 대신 한 가족의 붕괴를 탐구하는 디스토피아 스토리, 그리고 악마적 임신을 겪는 수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 편까지 다양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작품들 중 일부가 인디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며 관객들이 신선하고 기이한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아직 한 작품이 더 남아 있다. 바로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ers) 감독의 “노스페라투(Nosferatu)”가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봉된 올해 최고의 호러 영화들을 먼저 살펴보자.
15. 애비게일
유니버설 픽처스가 배급한 “Abigail”은 감독 맷 베티넬리-올핀과 타일러 질렛의 최신 작품으로, 이들은 이전에 “스크림 VI(Scream VI)”와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을 통해 공포와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영화 “Abigail”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영화는 어린 소녀처럼 보이는 뱀파이어를 납치한 범죄 조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곧 상황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끔찍해진 것을 깨닫게 된다. 이 피투성이의 블랙 코미디 스릴러는 멜리사 바레라와 댄 스티븐스의 인상적인 연기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Abigail”은 잔혹함과 유머를 절묘하게 결합하며, 기존 장르의 틀을 벗어난 신선한 스토리텔링을 선사한다.
14. 오멘: 저주의 시작
감독 아카샤 스티븐슨과 배우 넬 타이거 프리가 함께한 “오멘: 저주의 시작”은 약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멘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영화는 정교한 카메라워크와 섬뜩한 세트 디자인으로, 마가렛 수녀가 자신의 원치 않는 잉태에 대해 파헤치는 과정을 서늘하게 그려낸다.
넬 타이거 프리의 점점 광기 어린 연기는 1981년작 “포제션”과 같은 영화적 성취를 떠올리게 하며, 이 작품에 독특한 긴장감을 더한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매력적인 확장판으로, 원작의 팬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선사한다.
13. 인페스티드 버민스
올해의 크리처 영화로 주목받는 “인페스티드 버민스”는 프랑스 감독이자 공동 작가인 세바스티앙 바니첵(Sébastien Vanicek)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치명적인 거미 떼가 노후한 아파트 건물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관객들은 거미들이 벽과 바닥, 모든 표면을 휘젓고 다니며 늘어나는 사망자 수를 목격하며 놀라고 움츠리며 소름 끼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인페스티드 버민스”는 극한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영화로, 관객들을 거미 공포증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다.
12. 스톱모션
로버트 모건의 “스톱모션”은 예술적 집착을 주제로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흐리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에이슬링 프란초시가 연기한 스톱모션 애니메이터가 지배적인 어머니로부터 해방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예상치 못한 어둠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심리적, 초현실적, 그리고 신체 공포를 가혹하게 혼합한 작품으로, 모건의 비전은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다. 관객들은 예술과 광기가 얽힌 과정을 따라가며 깊은 불안과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스톱모션”은 공포와 예술적 탐구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독창적인 영화로, 올해 주목할 만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11. 이마큘레이트
시드니 스위니가 스크림 퀸으로 자리매김한 영화 “이마큘레이트”는 젊은 수녀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깨닫고 겪는 혼란과 공포를 그린다. 마이클 모한이 연출한 이 작품은 매력적인 촬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앤드류 로벨의 각본은 점차 광기로 치닫아 잔혹한 장면들로 긴장감을 높인다.
스위니의 연기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이마큘레이트”를 올해 주목받는 고어 호러 영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10. 스트레인지 달링
“스트레인지 달링”은 스타일이 넘치는 연쇄 살인 드라마로, 두 주연 배우 윌라 피츠제럴드와 카일 갤너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인다. 두 인물 간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오리건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그들의 궤도에 휘말린 선량한 사람들은 누구도 무사하지 못한다.
영화는 충격적인 결말과 크레딧이 끝난 후에도 마음속 깊이 남는 마지막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스트레인지 달링”은 과감한 시도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인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9. I Saw the TV Glow
“I Saw the TV Glow”는 외로운 십대들이 컬트 TV 시리즈를 통해 영원히 연결되는 이야기를 다룬 감동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드라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인 쉔브룬은 트랜스젠더 경험에서 비롯된 불안과 소외감을 탐구하며, 그 고립감이 어떤 괴물보다도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최면적이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정체성 혼란과 자기 수용의 여정을 대담하게 묘사한다. 쉔브룬의 섬세한 연출은 단순한 공포 영화의 범주를 넘어 정서적 깊이를 가진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8. 휴메인
감독 케이틀린 크로넨버그의 장편 데뷔작 “Humane”은 자원이 고갈된 미래를 배경으로, 인구 감축을 위해 정부가 시민들에게 현금을 대가로 안락사를 권하는 사회를 그린다. 마이클 스파라가의 재치 있고 빠른 전개를 가진 각본은 이번에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부유한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품은 독립 영화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형편없이 대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풍자와 어두운 유머가 뒤섞인 “Humane”은 관객들에게 불편함과 매력을 동시에 선사하며, 사회와 가족의 복잡한 역학을 파헤친다.
7. 오디티
데미안 맥카시의 “오디티”는 초자연적인 살인 미스터리로, 인상적인 비주얼과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는 작품이다. 캐롤린 브래컨은 심령 능력을 가진 시각장애인으로 동생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는 유령이 깃든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조사를 위해 섬뜩한 목각 마네킹과 함께 동생의 웅장한 저택을 탐사한다. 이야기 전개는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로 가득하며, 날카롭고 만족스러운 결말로 마무리된다.
“오디티”는 맥카시의 첫 장편 영화 2020년작 Caveat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층 발전된 작품이자, 동반작으로도 손색이 없는 영화로 평가받는다.
6. 밀크 앤 시리얼
영화계가 극장가를 채우기 위한 대형 IP와 막대한 제작비에 집착하는 동안,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커리 바커는 800달러의 예산으로 올해 최고의 스릴러 중 하나를 완성했다. 바커와 그의 창작 파트너 쿠퍼 톰린슨이 주연한 이 작품은 단 62분 길이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로, 긴장감, 편집, 스토리텔링, 그리고 소름 끼치는 악당을 창조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었으며, 이미 1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감상했다. 많은 관객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밀크 앤 시리얼’은 단순한 예산을 뛰어넘어 창의성과 예술성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5. 더 커피 테이블
“더 커피 테이블” (원제: La Mesita del Comedor)는 마음 약한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섬뜩한 가정 드라마다. 이 영화는 Caye Casas 감독이 새 아빠가 구입한 촌스러운 커피 테이블을 소재로, 점점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전개는 예상치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맞이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이 충격적인 반전과 운명의 뒤틀림은 보는 이들을 불안감과 땀으로 흠뻑 적시게 만든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아무 정보 없이 관람하는 것이 이 영화를 온전히 경험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4. 악마와의 토크쇼
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이 주연을 맡은 “Late Night with the Devil”은 “듄”과 “앤트맨”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가 2류 심야 토크쇼 진행자로 분해 열연한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사탄에 씌인 소녀를 초대하는 할로윈 특집 방송을 기획하게 된다.
영화는 실시간으로 전개되며, 이야기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유지해 관객의 긴장감을 끝까지 고조시킨다. 마지막 막에 이르러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치닫는 이 작품은 독창적인 구성과 연출로 올해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공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3. 더 서브스턴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유명인 풍자물인 “The Substance”는 노화를 되돌리는 이야기를 담은 세련된 SF 영화로 시작해, 3막에 이르러 피의 향연으로 폭발하며 관객을 놀라게 한다. 데미 무어는 TV 방송인 역할을 맡아, 비밀스러운 약물을 사용해 자신보다 젊은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고, 그 역할은 마거릿 퀄리가 맡는다.
두 배우는 각각의 역할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영화의 독창적인 설정을 완벽히 소화한다. 영화는 화려하고 과감한 연출로 이어지며 아이디어의 도미노를 멋지게 쓰러뜨린다. 그러나 결말은 예상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전개로 이어지며, 이 작품을 탁월한 영화로 격상시킨다.
2. 인 바이올렌트 네이처
크리스 내시 감독의 “인 바이올렌트 네이처”는 80년대 슬래셔 영화에 대한 혁신적인 해석으로, VHS 시대 팬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어깨에 카메라를 장착한 초자연적인 살인마 조니의 이야기를 다루며, 관객은 그의 시선을 통해 밀착된 시점으로 전개되는 사건을 따라가게 된다.
과감한 살인 장면과 정교한 카메라워크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는 예상치 못한 공감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진정한 공포를 자아낸다. “인 바이올렌트 네이처”는 단순한 슬래셔 영화의 경계를 넘어, 깊이 있는 연출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경험을 선사한다.
- 롱레그스
오즈 퍼킨스 감독의 “롱레그스”는 끊임없는 공포로 가득 찬 작품으로, 악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세상을 그려낸다. 마이카 먼로는 이 영화에서 인디 호러 장르의 대표적인 스크림 퀸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 이 작품은 경찰 수사물의 틀을 활용한 독창적인 공포 영화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걸쳐 넘쳐난다.
영화는 진한 암흑과 파멸의 기운이 깃든 촬영으로 시각적 풍부함을 더하며, 퍼킨스 감독은 긴장감을 결코 늦추지 않는다. 특히 오래 지속되는 정지 샷은 관객들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가두며,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으로 몰아넣는다.
“롱레그스”는 고전 명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어두운 우화로, 몰입감 넘치는 공포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