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가 올해 경쟁 부문 여성 감독 비율 문제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 22편 가운데 여성 감독 작품은 단 5편에 그치며 성별 불균형 논쟁이 재점화됐다.
11일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선정 기준이 철저히 작품성에 기반한다고 강조하며 비판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영화는 감독의 성별이 아니라 작품의 질에 따라 선정된다”며 여성 감독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이 같은 논란은 칸 영화제가 오랜 기간 성평등 문제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영화계 시민단체와 여성 영화인 단체들은 칸이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축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가장 권위 있는 경쟁 부문에서 여성 감독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여성 영화인 단체 ‘콜렉티브 50/50’은 “칸이 세계 영화계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경쟁 부문에서 여성 감독의 부재가 여전히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프레모 위원장은 성별 할당제 방식이 예술적 기준을 훼손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불균형이 영화제 선정 과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제작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여성 감독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형 제작 영화와 국제 출품 환경이 결국 칸 경쟁 부문의 성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가 과거 “칸은 매년 영화 산업이 만들어내는 현실을 반영할 뿐”이라고 말했던 입장과도 일치한다.
프레모 위원장은 생전 프랑스 영화계 거장이었던 아녜스 바르다와 나눴던 대화를 언급하며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바르다가 생전 ‘나는 여성 감독이 아니다. 나는 여성이고 감독이다’라고 말했다”며 “‘여성이 연출했다는 이유로 영화를 선택하지 말고,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감독 수상 사례는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칸 영화제 73년 역사 동안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단 한 명뿐이었다. 1993년 제인 캠피온이 영화 ‘피아노’로 최초 수상자가 됐지만, 최근 5년 동안에는 두 명의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2021년 줄리아 뒤쿠르노의 ‘티탄’, 2023년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가 대표적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여성 감독 작품은 레아 미시우스의 ‘더 버스데이 파티’, 마리 크로이처의 ‘젠틀 몬스터’, 발레스카 그리제바흐의 ‘더 드림드 어드벤처’, 샤를린 부르주아-타케의 ‘어 우먼스 라이프’, 잔 에리의 ‘가랑스’ 등 총 5편이다. 그러나 일부 미국 매체와 영화계 인사들은 여전히 여성 감독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영화제가 다양성과 대표성을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지, 그리고 예술적 완성도와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여성 감독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작품 평가에 성별 요소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