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ヱヴァンゲリヲン 新劇場版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2007-2021)

✍️ 감상평

내가 처음으로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을 접한건 고딩때로 당시만해도 ‘불법’이었던 일본 만화를 비디오테이프로 구해 어렵사리 봤던것이었다. CD나 DVD도 아니고 비디오테이프라니.. 정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이 느껴진다. 당시 TV 시리즈 26편을 모두 보고난 다음의 충격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일단 무슨 내용인지 100%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온갖 상징적인것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난해함과 동시에 해석의 여지들이 너무나도 많아 계속해서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몇년후 TV 시리즈의 엔딩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급조된 엔딩이었고, TV 시리즈의 대성공이후 탄력을 받은 제작사가 진짜 엔딩을 극장판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또 다시 멘붕이 왔다. 내가 본게 진짜 엔딩이 아니었다니?

그렇게 나온것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그 전에 나온 ‘사도신생 (Death & Rebirth)는 그야말로 TV판 짜집기에 불과한 영화였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는 없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의 진엔딩은 다시한번 나를 충격에 빠트렸다. 어쨌든 TV판의 엔딩과 결은 같다. ‘서드임팩트가 일어나고 인류는 멸망. 그것이 인류보완계획의 실체’. TV판에서는 그것을 그냥 신지가 자아를 찾고 그것을 축하받는것으로 퉁치고 끝이 나버리는데,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그 서드 임팩트가 일어나게 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묘사한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괴랄하고 난해함 그 자체. 하지만 그런 괴랄함과 난해함이 이 ‘에반게리온’의 매력이었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그 매력의 최고점을 찍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려버렸다.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 최애작품이었던 에반게리온은 끝이났고 나의 추억속에 깊이 묻혀졌다. 그리고 10년후 새로운 극장판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다.

솔직히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기대감반 실망감반이었다. 일본은 항상 애니든 게임이든 음악이든 뭐든 좀 성공한 IP들은 정말 사골국 우려먹듯이 우려먹어서 결국 진이 빠지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데 에반게리온도 결국 사골국 신세구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10년만에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이 든것도 있긴 했지만 결국 원래 나왔던것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작품일것 같아서 보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결국 ‘에반게리온: 서’가 나왔다는 소식만 듣고 막상 관람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파’가 나왔고 ‘Q’가 나왔고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는 극장판의 결말인 ‘𝄇”가 나왔다. 그리고 2024년이 되어서야 아마존 프라임에 풀린 극장판 4부작이 눈에 들어왔고 큰맘을 먹고 연달아 4편을 봤다. 다 보고난 후의 감상은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기분 짜릿한 멘붕’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序 (에반게리온: 서) | Evangelion: 1.0: You Are (Not) Alone
‘에반게리온: 서’를 봤을때까지만해도 TV판에서의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아주 약간 미묘한 차이점들 (처음 등장하는게 제 3사도가 아니라 제 4사도라고 하는점이나, 라미엘의 모양이 그냥 상자같은 모양에서 자유자제로 모양이 변하는 유기체로 등장한다는점등)이 있어서 숨은그림찾기 하는 느낌으로 봤다. 그런걸로 미루어보아 이건 TV판의 내용을 거의 답습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한번 지구가 싹쓸이 된 이후 다시 시작된 새로운 지구, 그러니까 루프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破 (에반게리온: 파) | Evangelion: 2.0 You Can (Not) Advance
그리고 ‘에반게리온: 파’부터 뭔가 점점 이상해지는 느낌이 든다. 2호기의 파일럿인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시키나미 아스카 랑그레이로 바뀌었다던가, 토우지가 3호기에 타지 않고 아스카가 탄다던가, 센트럴 도그마에 있는게 아담이 아니라 릴리스라는걸 이미 미사토가 알고 있다던가, 꽤나 중요한 요소들에 변화가 있고 주인공들의 성격들에도 모두 변화가 있어, ‘파’에서부터는 확실히 TV판과 다른 작품이라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인 ‘마리’가 등장 (개인적으로 그닥 맘에 들지는 않는 캐릭터)으로 작품은 완전하게 다른길을 가게 된다.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 (에반게리온: Q) | Evangelion: 3.0 You Can (Not) Redo
‘에반게리온: Q’부터는 정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의 난해함이 펼쳐진다. ‘파’에서 ‘니어 서드 임팩트’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사람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된 신지. 가츠라기 미사토와 아카기 리츠코를 필두로 초호기를 탈취해 네르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빌레’, 그리고 나기사 카오루의 등장.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도 카오루놈은 나오기만하면 알수없는 말들을 쏟아내는통에 머리가 아팠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외에도 새로운 사실들과 떡밥들이 너무 많이 뿌려지는통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것도 어렵다. 대부분의 내용은 다 보고나서 인터넷에 내용들과 해석들을 찾아보고나서야 제대로 알았으니.. 원래부터가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이 해석이 좀 필요한 작품이긴 한데 ‘Q’는 해도 좀 너무했다.

シン・エヴァンゲリオン劇場版 𝄇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 | Evangelion: 3.0+1.0 Thrice Upon a Time
그리고 대망의 ‘에반게리온: 𝄇’. 제목에 도돌이표가 있는걸로봐서 뭐 계속해서 반복된다 뭐 그런 내용일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포스터에도 ‘Bye Bye all of Evangelion’이라고 되어있는거보니 정말 애매한것 없이 확실하게 매듭을 지을것이라는 강한 의지가 보여서 다행이었다.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또 다른 에반게리온을 볼일은 없겠구나.. 이번 작품에서는 다행히 ‘Q’에서 뿌려졌던 수많은 떡밥들이 어느정도 정리는 된다. 정말 ‘Q’에서는 어떻게 뒷일을 감당하려고 이러나 걱정이 될정도로 심하게 일들을 잔뜩 벌려놨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래도 정리는 한다. 이카리 겐도와 카오루, 카지등의 캐릭터들의 클로져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 이후 뒤로 셔터가 닫히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는 연출을 한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에반게리온들이 모두 가이우스의 창에 꼬치구이처럼 꽂혀 사라지면서 에바는 완전하게 종결된다. 과연 ‘에반게리온’ 다운 장엄한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