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페인 (2024)

리얼 페인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24년작 버디 코미디 드라마로, 폴란드와 미국의 합작 영화다. 영화는 성격이 맞지 않는 유대계 미국인 사촌 두 명(제시 아이젠버그와 키어런 컬킨)이 고인의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폴란드를 여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윌 샤프, 제니퍼 그레이, 커트 에지아완, 리자 새도비, 다니엘 오레스케스 등 다양한 배우가 출연진에 합류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정반대 사촌과의 여행, 괜찮을까? 생김새부터 성격, 취향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오랜만에 재회한다. 한때는 형제처럼 친밀했지만 각자의 삶과 가족 등의 이유로 멀어졌던 둘의 관계는 할머니의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해 투어를 떠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둘의 극과 극 성격은 투어에서도 균열을 만들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면서, 미묘한 감정의 골 또한 더욱 커져만 가는데...

나는 T다. '너 T발 C냐?'라고 할정도로 극심한 T는 아니고, 다른 사람과 공감을 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분석을 하는 사람이다. 다행히 E가 아니라 I라서 그 분석을 토대로 조언이랍시고 주절거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공감보다는 분석쪽이기 때문에 와이프는 항상 나를 보고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고 놀리곤 한다. 그런 성향때문에 나는 참 이런류의 영화가 흥미로우면서도 어렵다. 이 영화는 완전히 서로 다른 성격의 남자 둘이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간다는 일종의 버디 로드무비이자 성장물이다. 키어런 컬킨이 맡은 벤지라는 인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밝고 사교성 좋고 어딜가나 존재감 뿜뿜인 그런 완전 인싸 캐릭터이지만, 사실 남모를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지는 엄청난 친화력을 가졌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남들이 불편해하건 말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성격이 정반대인 사촌 데이빗은 그런 그가 정말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말은 하는' 그의 성격이 매우 부럽기도 하다. 사실 나의 성격은 벤지보다는 데이빗에 더 가깝기 때문에 벤지가 보이는 신경과민적인 반응과 사람 참 불편하게 만드는 그의 말과 행동들이 너무 거슬렸다. 분명 그가 그런 행동들을 하는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텐데, 극중에서는 그가 이전에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는것을 알려준것 외에는 딱히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의 행동들을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끝내 완전히 이해를 하진 못했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남의 고통을 100% 이해할수는 없지만, 그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것, 무덤위에 돌하나를 올려놓는것처럼 내가 여기 있다고, 내가 기억하고 있다고 알려주는것, 그것이 중요한것이다. 영화는 데이빗이 벤지와 함께하며 그의 고통을 인지하고 점차 그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홀로코스트 투어에 빗대어 풀어나간다. 굉장히 영리한 설정이다. 감독으로써의 제시 아이젠버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는 않았는데, 각본과 연출 그리고 주연까지 완벽하게 해낸게 정말 대단하다. 그의 잔잔하지만 탄탄한 각본은 공동 주연인 키어런 컬킨의 배역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줬다. 키어런 컬킨의 연기는 최근 내가 본 연기들중 손에 꼽힐정도로 좋았다. 좋은 영화는 언제나 엔딩에서 큰 여운을 남기는데, '아노라'의 엔딩에서 보여준 애니의 눈빛 못지 않게 이 영화의 엔딩에서 컬킨의 슬픔을 머금은 미소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명연기다. 연출과 연기 외에도 소용돌이 치는 두 남자의 내면과는 상반되는 아름다운 경치를 잘 담아낸 촬영, 영화내내 잔잔하게 흐른 쇼팽의 선율등 좋은점이 너무 많은 영화다. 괜히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