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들입니다. 두번째로 90위부터 81위까지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엠파이어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00선 (100위부터 91위까지)
90) 터미네이터 (1984)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린다 해밀튼
‘터미네이터’는 제임스 카메론의 첫 연출작 ‘피라냐 II: 플라잉 킬러’가 참패한 뒤 나온 작품으로, 그의 영화 경력이 여기서 끝났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만들어냈고, 그 이후는 모두 영화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6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웨스트월드’나 할란 엘리슨의 ‘아우터 리미츠’ 에피소드 ‘솔저’에서 영감을 얻은 면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액션 면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거의 없다. 특히,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시간 여행 cyborg 킬러 T-800은 선글라스와 샷건을 든 그의 모습만으로 즉각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터미네이터’는 슬래셔 영화의 끊임없는 긴장감(결국 T-800은 가죽 옷을 입은 마이클 마이어스가 아닌가?)과 블록버스터의 폭발적인 스릴을 결합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였다. 린다 해밀턴의 사라 코너가 “살고 싶다면 나와 함께 가요”라는 대사를 들은 순간부터, 영화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8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토미 리 존스, 조쉬 브롤린, 우디 해럴슨
코엔 형제가 코맥 매카시의 위대한 문학 작품을 영화로 옮기며 그들의 예술적 감성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매카시 소설의 실존주의적 요소에 코엔 형제 특유의 어둡고 폭력적인 영화적 감각을 더해 탄생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추격 영화 형식을 차용하되, 긴장감 넘치고 느리며 신비로운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설적인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잡아낸 완벽한 화면미는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동시에, 세상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선한 사람들이 과연 그것에 맞설 수 있는지, 혹은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지를 사색한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냉혹한 사이코패스 살인자 안톤 시거를 세상에 알렸다. 이 캐릭터는 너무나도 강렬해 이후로 할리우드는 바르뎀을 악역으로 캐스팅하는 데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88) 타이타닉 (1997)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빌리 제인, 캐시 베이츠
제임스 카메론의 서사적 로맨스 비극 영화 ‘타이타닉’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My Heart Will Go On”으로 상징되고, “프랑스 여인들처럼 나를 그려줘”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차창에 남은 뜨거운 손자국, 두 사람이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은 떠다니는 문 위에 맺힌 얼어붙은 숨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스파크 튀는 로맨스, 그리고 빌리 제인의 능청스러운 악역 연기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역사상 가장 큰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12년 대형 여객선의 침몰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제작 당시 어려운 촬영과 예산 초과로 악명이 높았고, 심지어 흥행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이타닉’은 흥행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두며, 영화 역사에 길이 남았다. 제임스 카메론이 자랑스럽게 외쳤던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는 그를 영화계의 정점으로 올려놓았다.
87) 엑소시스트 (1973)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린다 블레어, 엘런 버스틴, 막스 폰 시도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엑소시즘 영화로 꼽히는 윌리엄 프리드킨의 1973년 작품 ‘엑소시스트’는 공포 영화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린다 블레어가 연기한 12세 소녀 레이건이 악령 파주주(Pazuzu)에 씌이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완두콩 토, 거미처럼 기어가는 장면, 고개가 360도로 돌아가는 모습, 그리고 충격적인 십자가 장면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물 그 이상이다. 이 작품이 여전히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진짜 이유는, 윌리엄 프리드킨이 다미엔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와 랑케스터 메린 신부(막스 폰 시도)를 통해 믿음의 깊은 위기를 무대 위에 섬세하게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화는 압도적이고 영적으로 고통스러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쌓아 올린다. 관객들은 마치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탄적인 무언가를 깨워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86) 블랙 팬서 (2018)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루피타 뇽오, 마이클 B. 조던, 안젤라 배싯, 레티티아 라이트, 마틴 프리먼, 윈스턴 듀크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강렬한 첫 등장을 알린 채드윅 보스만의 티찰라를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영화가 2018년 ‘블랙 팬서’다. ‘크리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완벽하게 연출한 이 작품은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아프로퓨처리즘의 비전을 선보이며 와칸다 왕국의 모든 영광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인, 놀라운 장면들로 가득 찬 세트, 그리고 21세기 가장 강렬한 사운드트랙 중 하나로 그 풍부한 문화적 배경을 아름답게 채워 넣는다. 또한, 스파이 스릴러와 가족 서사를 절묘하게 혼합한 내러티브는 화려한 스타일에 깊이를 더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블랙 팬서’는 영화사에 남을 문화적 영향을 남겼다. 특히, 2020년 채드윅 보스만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이 영화는 그의 놀라운 재능을 정의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85) 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 빌 나이, 케이트 애쉬필드, 루시 데이비스, 딜런 모란
개봉 전에는 에드가 라이트의 첫 장편 영화가 ‘스페이스드: 더 무비’일 거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랬어도 멋진 작품이 되었겠지만,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훨씬 더 특별한 결과물로 완성되었다.
이 영화는 진정한 장르 감각과 독특한 영국식 유머로 만들어진 좀비-로맨스-코미디(zom-rom-com)로, 포복절도할 만큼 웃긴 코미디와 소름 끼치는 좀비 호러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Don’t Stop Me Now’에 맞춘 좀비와의 박진감 넘치는 싸움 장면,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배꼽 잡는 연기, 그리고 에드가 라이트의 대담하고 독창적인 촬영 및 편집 방식까지, 이 영화는 영국 영화 제작의 정수를 보여준다.
게다가 도플갱어 장면은 언제나 유쾌한 충격을 준다. “Fuck-a-doodle-doo!”라는 대사가 딱 어울리는, 놓칠 수 없는 영국 코미디 좀비 영화다.
84)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2003)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지오바니 리비시
소피아 코폴라는 두 번째 장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인 ‘외국에서 만난 두 낯선 사람’이라는 소재를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멈블코어 스타일의 반(反)로맨스 영화로 탈바꿈시켰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방황하는 대학 졸업생 샬럿과 빌 머레이가 연기한 피로에 지친 배우 밥은 도쿄라는 낯선 도시에서 지리적·감정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며 이를 통해 서로 끌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소외감은 결국 두 사람을 갈라놓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노래방 장면과 더불어, 밥이 샬럿의 귀에 속삭이는 내용을 관객이 들을 수 없도록 연출한 결말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로맨스에 반기를 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굉장히 낭만적인 감정을 남긴다.
83) 토르: 라그나로크 (2017)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테사 톰슨, 마크 러팔로, 케이트 블란쳇, 제프 골드블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케빈 파이기가 독립 영화로 유명한 감독들을 기용해 프랜차이즈의 방향성을 맡긴 점이다. 이러한 기회를 완벽히 살린 감독 중 하나가 뉴질랜드 출신의 타이카 와이티티다. 그는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토르에게 묠니르보다 강력한 무기인 유머 감각을 찾아주었다.
앞선 두 편의 영화가 셰익스피어적인 진지함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토르: 라그나로크’는 천둥의 신 토르의 세상을 완전히 흔들며(거의 파괴 수준으로) 새롭게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유쾌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액션이 풍부하고 색감이 넘치는 이 영화는 마크 러팔로, 테사 톰슨, 제프 골드블럼, 케이트 블란쳇 등 뛰어난 배우들의 앙상블로 더 빛난다. 단순히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전형일 뿐만 아니라, 팝콘 영화의 이상적인 형태에 가까운 작품이다. 참고로 ‘대부’에는 코르그 같은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팸플릿 필요하신 분?
82) 유주얼 서스펙트 (1995)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케빈 스페이시, 가브리엘 번, 베니시오 델 토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피트 포슬스웨이트
다섯 명의 범죄자가 보석 강탈 작전에 모이며 의심과 총격전이 난무하는 이야기. 얼핏 들으면 ‘저수지의 개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그런 방식으로 홍보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주얼 서스펙트’는 타란티노 영화와는 다르다.
줄을 맞추는 팀업 장면에서 시작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작가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만들어낸 복잡하고 세련된 범죄 스릴러다. 특히 초자연적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배경으로 활용하며 독창적인 매력을 발휘한다.
전설적인 범죄 조직의 두목 카이저 소제라는 신화적 존재는 가장 강인한 범죄자들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공포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의 마지막, 악마가 우리를 설득한 가장 큰 속임수는 이 작품을 그저 또 하나의 범죄 영화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로 밝혀진다.
81) 싸이코 (1960)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자넷 리, 앤서니 퍼킨스
1960년에 ‘싸이코’를 처음 본 사람들의 충격을 상상해보라.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늦게 입장할 수도 없었고, 마케팅도 베이츠 모텔과 그 위에 자리 잡은 오래된 집 몇 장면에 불과했다.
영화를 처음 보면 고전적인 느와르로 착각하기 쉽다. 자넷 리가 자신의 상사의 돈을 훔쳐 도망치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스토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가 프로모션에서 본 바로 그 모텔에 도착해, 기묘하지만 다정해 보이는 노먼 베이츠(앤서니 퍼킨스)를 만나고 샤워를 하며 상황은 급변한다.
갑자기, 칼이 푹! 베르나르 헤르만의 날카로운 현악 스코어가 푹푹! 다시, 또 다시, 반복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관객은 의자에 꽉 붙들린 채 히치콕이든, 아니면 노먼이든, 한 광인의 손아귀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영화를 본 뒤 결코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싸이코’는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하나로, 히치콕의 흑백 걸작은 순수한 영화적 경험 그 자체다. (그리고 ‘싸이코 2’도 놓치지 말 것. 가장 뜻밖이고 저평가된 속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