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위험을 감수할수록 반응은 더욱 분열될 수 있다. 거의 2년 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은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으며 57%의 로튼 토마토 점수를 기록했다. 많은 이들이 영화의 과잉을 견디지 못했다는 평이 나왔지만, 이는 부당한 평가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바빌론은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리 준 리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1920년대 후반 헐리우드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여러 캐릭터들의 흥망성쇠를 다뤘다.
최근 Talking Pictures와의 인터뷰에서 마고 로비는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많은 혹평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는 이 영화를 사랑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혹평에 대해) 저도 이해할 수 없어요. 이 프로젝트에 굉장히 가까운 사람으로서 제 입장이 편향되어 있는 건 알지만, 저는 여전히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 영화를 싫어했는지 모르겠어요.”
마고 로비는 Talking Pictures와의 인터뷰에서 바빌론이 언젠가는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가끔 20년 후 사람들이 ‘바빌론이 당시 흥행에 실패했다고? 말도 안 돼!’라고 말할 것 같아요,”라고 로비는 말했다.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가 처음에는 실패작이었다고 들었을 때,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바빌론도 그럴 것 같아요.”
2022년, 바빌론만큼 높은 목표를 가진 영화는 거의 없었다. 그런 점만으로도 이 에너지가 넘치는 서사시에 더 많은 존중이 주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바빌론은 제작비 8,0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에서 6,3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에 그치며 박스오피스에서 처참히 실패했다. 파라마운트는 이 영화로 약 8,700만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비평가들과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데이미언 셔젤의 대담한 연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바빌론을 연출하며 마치 “광기의 화가”처럼 톤과 섬세함을 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자유롭게 브러시를 휘두른 듯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는 영화의 장르를 명확히 규정하기보다는 드라마, 코미디, 공포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장면들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했다.
물론 188분의 긴 러닝타임 속에서 명백한 결점들도 있다. 특히 엔딩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영화에는 훌륭하게 완성된 장면들도 있다. 코끼리가 등장하는 오프닝 파티 장면은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며,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촬영된 무성영화 제작 장면은 또 하나의 대담하고 뛰어난 순간으로 꼽힌다.
바빌론은 비록 박스오피스에서는 실패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평가와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캐릭터와 그의 음산한 던전 장면은 관객들에게 여전히 큰 물음표를 남긴다. 이 장면은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로, 맥과이어의 캐릭터는 로버트 블레이크가 연기한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시퀀스는 마치 지옥의 언저리로 내려가는 여정처럼 묘사되며, 영화 속 가장 기이하고 불편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혼란과 대비로 가득 찬 영화
바빌론은 정말로 독특하고 복잡하게 구상된 영화다. 코미디의 외설적 유머에서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전환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영화 전체가 마치 혼란스러운 환각이나 열병 속 악몽처럼 느껴지며, 관객들에게 카오스 그 자체를 체험하게 한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의 마지막을 배경으로, 유성영화에 적합한 연극배우들이 떠오르며 기존 배우들이 밀려나는 헐리우드의 전환기를 그린다.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에서 헐리우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줬다면, 바빌론에서는 훨씬 냉소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시스템, 정치, 그리고 이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는 돈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헐리우드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결국 버려질 운명을 맞이한다.
미래의 재평가 가능성
비평가들의 외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빌론은 시간을 견디며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영화는 한 시대의 종말과 예술 산업의 어두운 면을 독창적으로 담아내며, 몇 십 년 전이라면 더 큰 찬사를 받았을지도 모를 미국 영화 제작의 정수를 보여준다. 바빌론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는 결국 이루어질 것이며, 영화의 복잡성과 대담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관객에게 인정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