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최고 흥행작 10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영혼을 앗아가는 기업 브랜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토탈 필름(Total Film)에 따르면, 기록된 역사상 처음으로 올해 최고 흥행작 10편이 모두 속편인 해가 되었다. 창의성은 이제 흥행을 보장하지 못한다. 오늘날 주류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마틴 스콜세지가 표현했던 대로 놀이공원 같은 영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 그리고 안락한 ‘음식’ 같은 영화다.
2024년 11월 21일 기준, 올해의 흥행 상위 10편은 다음과 같다.
1.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2. 데드풀 & 울버린 (Deadpool & Wolverine)
3. 슈퍼배드 4 (Despicable Me 4)
4. 듄: 파트 II (Dune: Part II)
5. 고질라 x 콩 (Godzilla x Kong)
6. 쿵푸 팬더 4 (Kung-Fu Panda 4)
7. 비틀쥬스 비틀쥬스 (Beetlejuice Beetlejuice)
8. 베놈: 더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9.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Bad Boys: Ride or Die)
10. 혹성 탈출: 새로운 시대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곧 이 비참한 흥행작 리스트에 속편이 아닌 작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위키드(Wicked)’,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의 프리퀄인 이 영화는 현재 10억 달러 흥행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2024년 최고 흥행작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위키드’의 속편은 이미 촬영을 마쳤으며, 2025년 개봉 예정이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오리지널 영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술 영화는 요즘 돈이 되지 않는다. 이런 영화의 주 관객층은 집에서 스트리밍 콘텐츠를 소비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한편, 올해 가장 성공적인 ‘오리지널’ 비(非) IP 영화 3편은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잇 엔즈 위드 어스 (It Ends With Us)’, 애니메이션 영화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 그리고 음악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Bob Marley: One Love)’다.
우리는 마치 저주받은 순환 속에 갇힌 듯하다. 관객들은 할리우드가 속편과 리메이크만 만든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극장에는 그런 속편과 리메이크만 보러 가고, 실제로 제작되고 있는 ‘오리지널’ 영화는 외면한다. 이는 결국 할리우드 경영진들에게 속편과 리메이크를 더 많이 제작하라는 신호를 준다.
‘스타워즈(Star Wars)’의 창작자 조지 루카스는 최근 프랑스 매체 브뤼 오피시엘(Brut Officiel)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속편, 리부트, 리메이크의 유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단지 오래된 영화들일 뿐이다. ‘속편을 만들자, 이 영화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자’라는 식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형 스튜디오들은 상상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