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세션’ 리뷰: 2020년대의 뒤틀린 욕망을 공포로 끌어낸 ‘옵세션’
-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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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 바커
-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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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존스턴인디 네버레티쿠퍼 톰린슨메건 로리스앤디 리처
- 장르
- 호러, 스릴러, 로맨스, 고어
- 개봉일
- 2026년 05월 15일
어떤 영화들은 의식적으로 현재를 이야기한다. 반면 어떤 영화들은 피뢰침처럼 그 시대를 떠도는 문화적 에너지를 끌어당겨 고스란히 스크린에 방출한다. 커리 바커의 《옵세션》은 후자에 속한다.
26세의 전직 유튜버 바커가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는 2020년대 인터넷 문화에 만연한 성별 간의 적대감과 뒤틀린 감정을 공포영화로 응축한다. 일종의 펄프 스타일 도덕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전형적인 '착한 남자' 유형이다. 소심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지금은 가족이 운영하는 음반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니키(인데 나바레테)를 남몰래 짝사랑한다.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면 둘의 관계는 물론 친구 이안과 사라와의 관계까지 어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애써 마음을 숨긴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순수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옵세션》이 불편하고 까다로운 영화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은 베어의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진 뒤부터다.
영화 초반 베어는 선물 가게에서 발견한 장난감에 대고 니키가 "세상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 그가 알고 있던 영리하고 냉소적인 니키는 사라지고 불안정하고 기괴한 또 다른 니키가 나타난다.
그녀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눈은 초점을 잃고, 말투는 끊기며, 행동은 조증에 가까울 정도로 불안정하다. 때로는 끔찍한 악몽에서 갑자기 깨어난 사람처럼 몸을 떨며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베어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짜 니키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짜 니키를 선택한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 베어가 내리는 선택들은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경멸스럽다. 결국 그는 자신의 운명을 장악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부터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고통받는 것은 베어뿐만이 아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까지 끔찍한 일을 겪는다. 이는 아리 애스터의 영향을 받은 듯한 바커의 취향과 맞닿아 있다. 그는 등장인물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감정적인 폭력을 가한다.
영화에는 기괴한 이미지와 잔혹한 폭력이 가득하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난 뒤 곧장 집에 돌아가 자신의 반려묘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질 만한 장면까지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구타 장면은 미국에서 NC-17 등급을 피하기 위해 일부를 삭제해야 했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감정적으로도, 고어의 측면에서도 《옵세션》은 지저분하다. 피와 불쾌한 감정을 닥치는 대로 사방에 뿌려댄다.
흥미로운 것은 바커가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문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프 스케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대신 일부러 어긋난 듯한 리듬으로 영화를 편집해 그 자체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는 유튜버이자 스케치 코미디언 출신인 바커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다. 《백룸》의 케인 파슨스처럼 그는 자신의 영화를 직접 편집한다. 점프 스케어가 부족한 자리는 농담으로 채우는데, 이야기가 어두워질수록 그 농담 역시 점점 잔인하고 기괴해진다.
하지만 《옵세션》의 가장 큰 맹점 역시 분명하다.
영화는 니키가 겪는 성적·심리적 폭력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한다. 애초에 니키를 온전한 인간이라기보다 자신이 차지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작 피해자인 니키의 고통마저 이야기의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그 약점을 상당 부분 메우는 것은 인데 나바레테의 강렬한 연기다.
그녀는 폭발적으로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들 사이에 가슴 아플 정도로 또렷한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을 끼워 넣으며, 이 여성혐오적인 이미지 속에 실제 인간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모든 것을 내던지는 듯한 그녀의 연기는 때때로 《포제션》에서 이자벨 아자니가 보여준 광기 어린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공포영화의 여성 배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다.
그럼에도 성별 관계를 중요한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에서 진정한 여성의 시점이 부족하다는 점은 적어도 주제적인 측면에서 작품의 한계로 남는다.
커리 바커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전작 《밀크 앤 시리얼》은 유튜브를 통해 직접 공개했던 영화였지만, 차기작 《애니씽 벗 고스츠》는 애런 폴이 출연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블룸하우스 프로젝트다. 여기에 A24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 리이매지닝까지 맡게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옵세션》은 2020년대라는 시대를 떠도는 불안과 적대감, 뒤틀린 욕망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포착해낸 영화다. 이제 남은 질문은 바커가 앞으로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감정을 이처럼 효과적으로 영화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다.
아니면 《옵세션》이 그에게 단 한 번만 이루어진 특별한 소원으로 남게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