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스카 작품상 레이스는 예년보다 흐름이 비교적 또렷하다. 완성도와 균형 면에서 앞서 나가는 정공법의 작품들이 있는 반면, 개성과 미학은 강하지만 취향을 크게 타는 작품들도 분명하게 갈린다. 극장 경험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 작품, 한 감독의 커리어를 집약한 듯한 결정판, 그리고 외국어 영화라는 한계를 안고도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까지 후보군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다. 결국 이번 작품상 경쟁은 ‘가장 뛰어난 영화가 무엇인가’보다는, 아카데미가 어떤 방향의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무대에 가깝다.
다음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리한 후보 작품들에 대한 간단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작품상 수상 예상이다.
부고니아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라는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광기 어린 웃음기를 과감히 덜어내고 극도로 건조한 블랙 코미디로 재탄생시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선택은 인상적이다. 특유의 냉소적 세계관과 연출 센스는 분명 빛나지만, 그만큼 취향을 강하게 타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보기에는 아카데미 평균 취향과의 간극이 존재한다.
F1
많은 관객에게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감각을 다시 각인시킨,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체험적 완성도와 몰입감은 압도적이지만, 작품상 후보로 놓고 보면 서사적 깊이나 주제의식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음향상이나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오랜 시간 품어온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답게, 미학적 완성도는 단연 돋보인다. 고전적 서사를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구성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작품상보다는 미술상이나 분장상 등 장인정신이 드러나는 부문에서의 수상이 보다 현실적이다.
햄넷 (🥈두번째로 유력)
개인적으로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는 작품. 연출, 연기, 촬영, 미술, 음악까지 거의 모든 요소가 고르게 뛰어나다. 대중성이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이미 ‘노매드랜드’로 작품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전례를 감안하면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마티 슈프림
순수한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지만, 작품상보다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상 레이스에 더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디카프리오, 에단 호크 등 경쟁자가 워낙 강력해 수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최고 유력)
또 하나의 강력한 작품상 후보. 이미 오스카 레이스 과정에서 주요 작품상들을 거의 석권했다는 점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변수라면 폴 토마스 앤더슨이 감독 조합상을 수상한 만큼,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분리 수여하는 시나리오 정도다.
시크릿 에이전트
외국어 영화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전방위적 돌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생충’이라는 전례가 있긴 하지만 보편성 면에서 ‘기생충’만큼 아카데미 전체를 설득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이다.
센티멘탈 벨류
이 작품 역시 외국어 영화라는 디스어드밴티지가 뚜렷하다. 다만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연기는 남우조연상 후보군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다.
씨너스: 죄인들
노미네이션 숫자는 많지만, 실제 수상으로 이어질 결정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작품상에서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햄넷’을 넘기 어렵고, 연기 부문 역시 각 부문마다 강력한 선두주자들이 버티고 있다. 전반적으로 레이스의 중심이라기보다는 주변부에 위치한 작품이다.
기차의 꿈
노미네이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 작품. 만약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그 자체로 오스카 역사에 남을 이변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