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리뷰: 성숙해진 스파이더맨, 그러나 다음 영화를 위한 징검다리에 머물다
MEDIA REVIEW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리뷰: 성숙해진 스파이더맨, 그러나 다음 영화를 위한 징검다리에 머물다

Profile Information
관련 영화 1편
Media Review 업데이트 2026.08.06 13:14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든다. 영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웅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희생과, 개인성을 억누르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고통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익숙한 주제다. 하지만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가 이처럼 깊이 상실과 슬픔을 마주하는 모습은 이전보다 한층 성숙하다. 홀랜드는 이런 감정의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하지만, 정작 영화는 자신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들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다. 여러 흥미로운 설정들이 충분히 발전되지 못한 채 지나가고, 결국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보다는 다음 작품을 위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네 편 동안 함께해 온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 되지만, 최근 MCU가 자주 지적받는 ‘다음 작품을 위한 준비’라는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노 웨이 홈》의 마지막에서 피터는 세상 모두의 기억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선택을 했다. MJ(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 역시 이제는 스파이더맨이 자신들을 구했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피터 파커와의 모든 추억은 사라졌다.

그 결과 이번 작품 속 피터는 극심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낮에는 뉴욕 최고의 히어로로 범죄와 싸우고, 밤에는 홀로 집에서 네드의 SNS 영상을 바라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와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은 형사 드울프뿐이며, 그녀조차 피터의 고독을 걱정할 정도다.

이 영화가 가장 흥미롭게 다루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고립된 피터 파커다.

각본은 “피터가 인간적인 삶을 모두 잃는다면 결국 스파이더맨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빌런은 MJ를 잃은 슬픔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피터는 점점 자신조차 통제하기 힘든 변화를 겪는다. 결국 그는 자신의 어두운 본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브루스 배너, 즉 헐크(마크 러팔로)를 찾아 도움을 구하게 된다.

한편 뉴욕에서는 새로운 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능력을 가진 이 빌런은 Damage Control이 보호하고 있는 무언가를 노린다. 존 번설의 퍼니셔는 거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하고, 세이디 싱크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아 MCU의 향후 방향성을 암시한다.

《쇼트 텀 12》, 《샹치》를 연출한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은 이번 작품에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분위기를 입혔다. 특유의 가벼운 유머는 줄어들었고, 흐린 뉴욕의 풍경과 TV on the Radio의 음악,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 역시 한층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톰 홀랜드다. 그는 시리즈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스파이더맨의 액션보다 피터 파커의 내면 갈등을 표현하는 데 더욱 집중한다. 젠데이아와의 자연스러운 호흡 역시 여전히 영화의 핵심이며, 최근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그녀가 조금 더 밝은 결을 보여주는 점도 반갑다. 제이콥 배덜런 역시 영화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려는 순간 적절한 균형을 잡아준다.

후반부에는 세이디 싱크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주제가 변주된다. 그녀는 피터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로, 엄청난 힘과 트라우마가 만나면 어떤 비극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싱크는 《기묘한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홀랜드, 젠데이아, 세이디 싱크, 제이콥 배덜런으로 이어지는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과 이들을 이끌어내는 크레턴의 연출이 《브랜드 뉴 데이》를 기존 MCU 영화들과 차별화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MCU의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플로렌스 퓨 같은 반가운 카메오가 등장하고, 액션 장면도 배치되지만 전체적으로는 다소 힘이 부족하다. 스콜피온과의 전투나 헐크와의 장면은 기대만큼 강렬하지 않고,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조차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브랜드 뉴 데이》가 현재보다 미래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뛰어난 슈퍼히어로 영화는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면서도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노 웨이 홈》이 워낙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 만큼 잠시 숨을 고르는 과정은 이해되지만, 14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나고도 충분히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는 인상은 남는다.

그럼에도 MCU가 쉽게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세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이 스파이더맨을 조금 더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내디딘 작은 발걸음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브랜드 뉴 데이》는 결국 거대한 블록버스터이면서도 하나의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 해도, 누구도 혼자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다.

Rating
3.0/4.0 영화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