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 8년 만의 공동 연출 복귀 예고…“우리도 나이가 들었다. 가까운 미래여야 한다”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위대한 레보스키》 등을 탄생시킨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듀오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이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8년 《카우보이의 노래》(The Ballad of Buster Scruggs)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온 두 감독이 약 8년 만에 공동 작업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코엔 형제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뤼미에르 영화제에 참석해 AFP와 진행한 공동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영화를 함께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올해 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그동안의 영화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올해 71세인 조엘 코엔은 재결합 시점을 묻는 질문에 “우리도 나이가 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69세인 에단 코엔 역시 공동 연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두 감독이 다시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다만 구체적인 작품이나 제작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여러 아이디어와 기존 각본을 검토하고 있지만,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불화설 부인한 코엔 형제…“우리가 함께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다”
코엔 형제는 1984년 장편 데뷔작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공동 작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2018년 《카우보이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연출 활동이 분리되면서 영화계에서는 형제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엘 코엔은 형제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보도를 직접 부인했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가 개인적인 갈등 때문은 아니라며, 불화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감독은 공동 연출을 중단한 이후 서로 다른 성격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조엘 코엔은 2021년 덴젤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 《맥베스의 비극》을 연출하며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흑백영화로 재해석했다. 현재는 조시 오코너, 프랜시스 맥도먼드, 레슬리 맨빌, 데이미언 루이스가 출연하는 신작 《잭 오브 스페이드》(Jack of Spades)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7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에단 코엔은 아내이자 공동 창작자인 트리샤 쿡과 함께 《드라이브 어웨이 돌스》와 《허니 돈트!》를 연출했다. 두 작품은 범죄와 블랙코미디, B급 영화의 감성을 결합한 작품이었지만 비평가들로부터 엇갈리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두 사람의 개별 작품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공동 작업을 재개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새로운 영화의 소재에 대해서도 형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조엘 코엔은 “우리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곳에 과거에 써놓은 여러 작품이 있다. 각본으로 발전시키려고 생각했지만 아직 작업하지 못한 아이디어들도 있다”며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호러 영화 가능성은 불투명…“판타지와 슈퍼히어로 영화에 끌리지 않는다”
코엔 형제의 복귀작이 어떤 장르가 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에단 코엔은 약 2년 전 형제가 함께 작업할 각본이 이미 준비돼 있으며, 그 작품이 순수한 호러 영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에단 코엔은 최근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들이 판타지와 SF, 호러, 코믹북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판타지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형제는 원래 그런 종류의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주류 영화가 대부분 판타지라는 것은 분명 특이한 문화적 현상이다. 판타지, SF, 호러, 코믹북 영화까지 모두 다양한 종류의 판타지다. 우리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우리는 그런 영화들에 끌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과거 언급했던 호러 프로젝트가 실제 복귀작으로 선택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감독이 여러 각본과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전에 거론됐던 작품 대신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코엔 형제는 TV 시리즈 제작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조엘 코엔은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형식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자신들과 에단이 이야기를 구상하는 방식은 TV 시리즈의 구조와 잘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 사람이 앞으로도 장편영화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엔 형제는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애리조나 유괴 사건》, 《파고》, 《위대한 레보스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번 애프터 리딩》, 《시리어스 맨》, 《인사이드 르윈》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예측하기 어려운 범죄 이야기와 건조한 유머, 인간의 부조리함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은 두 감독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코엔 형제의 경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아직 두 사람이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언제 촬영을 시작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별도의 연출 활동을 이어왔던 형제가 다시 함께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힌 만큼, 영화 팬들이 기다려온 재결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