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쿠아론, 8년 만의 장편 복귀작은 호러 영화…“천천히 각본 집필 중”
《그래비티》, 《칠드런 오브 맨》,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차기작으로 호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밝혔다.
2018년 《로마》 이후 약 8년 동안 장편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던 쿠아론은 10월 8일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해 자신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새로운 호러 영화의 각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쿠아론은 “현재 호러 이야기를 매우 신중하고 천천히 쓰고 있다. 무척 흥미로운 작업이다”라고 밝혔다.
아직 작품의 제목이나 구체적인 줄거리, 제작사, 출연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오랫동안 호러 장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던 감독이 실제로 각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작의 방향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악마의 씨》와 《테넌트》에서 영감…쿠아론이 준비하는 호러
쿠아론이 호러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4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언젠가 호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야기하며, 이미 관련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가 언급한 작품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와 《테넌트》(The Tenant)였다. 두 영화 모두 노골적인 공포 장면보다는 불안과 편집증, 정체성의 혼란, 주변 세계에 대한 불신을 통해 심리적인 공포를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영향은 쿠아론의 기존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면 그리 의외의 선택도 아니다. 《칠드런 오브 맨》은 인류가 출산 능력을 잃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절망과 불안을 그려냈고, 《그래비티》는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의 고립과 공포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역시 시리즈 초기 작품 가운데 가장 어둡고 불길한 분위기를 보여준 영화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쿠아론은 전통적인 호러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을 뿐, 장르영화의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과 공포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런 만큼 그가 본격적인 호러 장르에 도전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를 구축할지 관심이 모인다.

《로마》 이후 8년…무산된 프로젝트와 장편 복귀
쿠아론은 2018년 《로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거머쥐었지만, 이후 장편영화 연출에서는 오랫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물론 연출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2024년에는 애플 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를 연출하며 케이트 블란쳇, 케빈 클라인과 작업했다. 그러나 극장용 장편영화로는 여전히 《로마》가 마지막 작품이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가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2019년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는 필립 K. 딕 전기영화 《제인》(Jane)의 제작을 준비했지만 이후 진전되지 않았다. 또한 차기 제임스 본드 영화의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으며,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함께했던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이 쿠아론의 합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쿠아론은 결국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본드 영화 연출을 맡지 않기로 했다.
쿠아론은 《이 투 마마》,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 《로마》 등 장르와 규모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해 온 감독이다. 특히 이 네 작품은 모두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에 포함되기도 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기존에 호러 장르를 주력으로 삼지 않았던 거장 감독들 역시 호러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코엔 형제도 호러 장르에 도전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직 쿠아론의 새로운 호러 영화가 언제 제작에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로마》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의 장편 복귀작이 호러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