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플레이 록키
피터 패럴리 감독의 《아이 플레이 록키》는 존 G. 아빌드센의 고전적인 언더독 영화 《록키》를 향한 세대를 초월한 애정을 감정적인 강펀치로 활용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반드시 비판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첫 한 시간은 록키 발보아의 이야기를 그를 탄생시킨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삶과 겹쳐 보여주는 인상적인 드라마이자 코미디다. 스탤론이 노숙 생활을 견디고, 사랑을 찾고, 직접 쓴 각본으로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패럴리와 제작진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들을 능숙하게 만들어낸다.
물론 생계를 위해 반려견을 팔아야 했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소프트코어 포르노 영화에 출연해야 했던 스탤론의 고난은 대중적인 관객을 위해 상당 부분 순화됐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주연 연기 덕분에 영화의 전반부는 패럴리의 경력에서 가장 호감 가는 한 시간 중 하나로 완성됐다. 후반부는 록키 발보아의 열성 팬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가겠지만, 내게는 다소 손쉬운 선택처럼 느껴졌다. 영화가 《록키》의 상징적인 장면들이 탄생한 제작 비화로 넘어가면서, 《아이 플레이 록키》는 1976년 작품을 향한 관객의 애정에 기대어 2026년 작품 자체의 영화적 성취를 대신하려 한다.
이는 마치 공연 초반에는 매력적인 신곡을 연주하다가 후반부에는 익숙한 히트곡의 커버 버전만 잇달아 선보이는 콘서트와 같다. 관객은 발을 구르며 따라 부르겠지만, 그것은 결국 원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앙코르에 해당하는 후반부에도 흥미로운 순간들이 있다. 특히 훌륭한 촬영 뒷이야기 하나와 재미있는 조연 연기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믿었던 한 남자에 대한 야심 찬 인물 연구는 점차 희미해진다.

영화 전반에 걸쳐 신예 안소니 이폴리토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릴 만큼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처음 한두 장면에서는 실베스터 스탤론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이던 연기가 얼마나 빠르게 진정성 있는 인물 묘사로 바뀌는지 놀라울 정도다. 영화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분 만에 관객은 당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지닌 독특한 말투와 습관을 철저히 연구한 배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그 연기에는 진심이 담겨 있으며, 어느새 화면 속 인물이 정말 스탤론처럼 느껴진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성공에서 이폴리토의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단순히 쉬운 모방을 선택하지 않고 하나의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 인물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고, 어쩌면 작가도 꿈꾸는 남자다. 그는 ‘깡패 2’ 같은 단역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극심한 가난으로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자 ‘이탈리안 스탤리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더욱 깊이 몰입한다. 그러던 중 떠돌이 개 한 마리를 발견하고, 미식축구 스타 딕 버커스를 닮았다는 이유로 버커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 개는 어떤 의미에서 스탤론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거칠고 강인하지만, 동시에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바로 그런 내면의 따뜻함이 같은 영화관에서 일하는 사샤 잭(안나소피아 롭)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샤는 겉모습과 실제 모습이 전혀 다른 스탤론에게 매력을 느낀다. 거친 남자의 외면 아래에는 따뜻한 마음과 뛰어난 지성이 숨어 있다. 심지어 가명으로 사용하던 ‘마이크’ 대신 본명인 ‘실베스터’를 쓰라고 제안한 사람도 사샤다.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사샤는 스탤론이 손으로 쓴 각본을 타이핑해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불과 3일 반 만에 자신의 마음속에서 쏟아내듯 완성한 각본 하나가 탄생한다. 제목은 《록키》다.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차 요원으로 일하던 스탤론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제작자들과 가까워질 기회를 얻는다. 첫 만남은 다소 실망스럽게 끝나지만, 그는 어윈 윙클러(P.J. 번)와 로버트 차토프(토비 켑벨)의 접수 담당 직원 책상에 자신이 쓴 각본 하나를 남긴다. 제작자들은 그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며 다른 각본도 가져와 보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록키》가 그들의 책상 위에 올라간다.
제작자들은 각본에 완전히 매료되지만, 스튜디오 책임자 샌디 매덕스(트레이시 레츠, 거침없는 욕설 연기로 폭소를 자아낸다)는 반드시 유명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언 오닐은 어떨까? 버트 레이놀즈는? 만약 그렇게 됐다면 영화의 역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러나 스탤론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건다. 제작진이 제안하는 각본료는 계속 올라가 3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지만, 그는 이를 거절한다. 1976년 당시의 화폐 가치로 엄청난 금액이었음에도 자신이 직접 주연을 맡아야 한다는 조건을 굽히지 않는다. 《록키》는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정작 나중에는 자신이 복싱을 할 줄도 모른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말이다.
각본가 피터 갬블은 스탤론의 이러한 선택 뒤에 아버지와의 갈등이라는 심리적 토대도 마련한다. 두꺼운 특수 분장을 한 맷 딜런은 실베스터의 끔찍한 아버지 프랭크 스탤론 시니어를 연기한다. 그는 아들을 폭행했고, 아들이 충분히 성장해 맞설 수 있는 나이가 된 뒤에도 결코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영화는 스탤론이 그토록 《록키》의 주연을 고집했던 이유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던 아버지 때문인 것처럼 묘사한다. 아버지의 불신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향한 거의 비이성적일 정도의 확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미 알고 있다. 스탤론은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터무니없이 가혹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촬영 일정이 단 하루라도 초과되거나 제작비가 단 1달러라도 예산을 넘어서면 매덕스가 그를 교체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제이 듀플라스는 전설적인 감독 존 G. 아빌드센으로 등장해 대단히 유쾌한 연기를 펼친다. 그가 연기하는 아빌드센은 1970년대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괴짜다. 촬영장에서 언제나 자신이 가장 독단적이고 반항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스탤론의 집요한 결단력을 오히려 어느 정도 존경하는 듯한 인물이다.

듀플라스의 훌륭한 연기와 탈리아 샤이어를 연기한 키키 세토의 인상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이 플레이 록키》는 본격적인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서 중요한 창작적 추진력을 잃는다. 스탤론이 그토록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까지 여정을 함께했던 사샤는 사실상 이야기에서 사라져 버린다. 대신 영화는 술집에서 열리는 《록키》 퀴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법한 제작 비화들을 반복해서 나열하기 시작한다.
록키가 주먹으로 두들기던 고깃덩어리가 얼어 있었기 때문에 스탤론의 손가락 관절뼈가 일부 부러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탈리아 샤이어와 스탤론 모두 스케이트를 탈 줄 몰랐으며, 그 유명한 스케이트장 장면을 촬영하는 당일에야 그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제작 비화는 그랜트 베이더가 스테디캠을 활용해 불가능에 가까운 촬영 일정을 맞추는 데 기여한 과정이다. 그가 스탤론과 함께 실제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1970년대 영화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를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영화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아이 플레이 록키》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원작 영화의 명장면과 그 영화를 탄생시킨 스타의 삶에 대한 관객의 애정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록키》를 모르는 사람들, 혹은 더 나쁘게는 《록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 방식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다행히도 상당한 흥행이 예상되는 이 영화의 제작자들에게는, 특히 X세대와 그 이상의 관객층에서 《록키》를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행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