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리뷰: 인터넷 괴담을 현실의 악몽으로 옮긴 ‘백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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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리뷰: 인터넷 괴담을 현실의 악몽으로 옮긴 ‘백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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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의 중반부, 클라크(치웨텔 에지오포)는 '백룸'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개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개를 설명한 뒤 직접 그려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큰 특징은 맞겠지만 세부는 어딘가 어긋나 있을 것이고, 바로 그 어긋남이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케인 파슨스의 《백룸》 역시 그런 감각을 스크린 위에 구현한다. 자신의 유튜브 시리즈로 발전시킨 인터넷 괴담(크리피파스타)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세브란스》의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트윈 픽스》의 블랙 로지를 떠올리게 한다. 뛰어난 시각적 언어와 안정적인 연출을 바탕으로, 완성도 자체보다 앞으로 이 장르와 감독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

1990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클라크는 손님 하나 없는 가구점을 운영하며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술에 의지해 살아간다. 상담사 메리 클라인(레나테 레인스베)을 찾아가 세상 모든 것에 불평을 늘어놓지만, 자신의 삶이 꼬인 이유는 결코 자신에게서 찾지 않는다. 영화는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는 않지만, 클라크 역시 이미 현실 속 '백룸' 같은 공간에 갇혀 살아가는 인물임을 암시한다.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말이다.

'백룸'은 4chan에서 시작된 인터넷 괴담이다.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현실과는 다른 공간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텅 빈 사무실과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음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복도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M.C. 에셔의 그림처럼 공간 구조가 비틀리기 시작한다. 문은 엉뚱한 곳에 있고, 끝없는 빈 공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혼자인 것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클라크는 가구점 지하에서 우연히 벽을 통과하며 백룸으로 들어간다. 그는 처음에는 이 발견에 흥분해 메리에게 지도를 보여주고, 직원 캣(루키타 맥스웰)과 그녀의 남자친구 바비(핀 베넷)를 데려가 캠코더로 기록을 남기려 한다. 물론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본과 연출은 《백룸》을 흔한 점프 스케어 영화로 만들지 않는다. 파슨스와 촬영감독 제러미 콕스는 다양한 시점을 활용하고,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VHS 캠코더 화면으로 담아내며 독특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후반부 추격 장면 역시 광활한 공간 자체가 관객을 짓누르는 압박감으로 변하는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불가능한 공간을 탐험하는 동안 인물들이 침묵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사운드는 영화의 핵심 요소가 된다. 케인 파슨스와 에도 반 브리먼이 함께 만든 음악은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분위기 자체를 조성한다. 마치 형광등의 기계음 아래에서 백룸 자체가 속삭이는 듯한 음향은 영화의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백룸》은 자신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욕심이 조금 많다. 《이레이저헤드》나 《스키나마링크》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 작품들이 훨씬 더 기괴하고 꿈같은 경험을 만들어냈던 것과 달리, 《백룸》은 누군가의 악몽을 훌륭하게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관객 자신의 악몽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앞으로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파슨스의 계획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은 아직 완전히 미지의 공포를 향해 뛰어들 자신감은 부족해 보인다.

다행히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한층 단단하게 만든다. 치웨텔 에지오포와 레나테 레인스베는 과장된 '공포 영화 연기' 대신 현실적인 반응을 선택한다. 비명을 지르기보다 충격에 말을 잃고,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인물들의 공포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여기에 마크 듀플라스의 조연 연기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

2026년은 공포 영화가 어느 때보다 강세를 보이는 해다. 《옵세션》의 흥행과 《28 이어스 레이터: 더 본 템플》, 《센드 헬프》, 《호컴》 등 다양한 작품들이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공포 영화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집단적인 감정 체험에 있다.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같은 순간 동시에 소름이 돋는 경험은 다른 장르가 쉽게 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백룸》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여기에 있다. 케인 파슨스가 앞으로도 극장 안을 그런 순간들로 가득 채울 감독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는 점이다.

Source
로저 이버트 Roger Ebert
Rating
3.0/4.0 영화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