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2023)

퍼펙트 데이즈는 2023년 빔 벤더스가 감독하고, 벤더스와 다쿠마 타카사키가 공동 집필한 드라마 영화다. 일본과 독일의 합작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도쿄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반복적인 일상을 따라간다. 이 영화는 2023년 5월 23일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초연되었으며,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다. 또한,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과 야쿠쇼 코지가 받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로 출품되었으며, 비(非)일본인 감독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몇년전에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도대체 이런 영화를 만드는 저의가 뭘까하는 생각을 했었드랬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그냥 그 자체를 위한 영화라는건 알겠는데 너무 재미가 없잖아!! 이 '퍼펙트 데이즈'는 '패터슨'과 굉장히 닮아 있는 영화인데, 내가 그동안 영화적인 소양이 조금 쌓여서 이제 이런 작품들을 조금 이해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그가 조카인 니코에게 해준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이야'라는 대사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의 초반부는 정말 진절머리나게 지루하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심지어 첫 대사는 10여분이 흐른 다음에야 나올정도로 적막강산이다. 그의 반복적인 일상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안정적이라기보다는 "저 일상이 깨지면 어쩌려고..."라는 걱정이 들정도로 위태로워 보인다. 중간중간 계속해서 그의 반복된 일상이 깨지는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그는 애써 다시 자신만의 루틴으로 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마치 이 루틴이 깨지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말이다. 그가 왜 이런 일상에 갇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잠깐 등장한 그의 동생의 행색으로 봤을때 그의 집안은 원래 꽤 부유한 집안이라는것과, 아버지와 오래전에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절연한 상태라는것정도가 힌트로 나온다. 가족과의 망가진 관계가 그를 이런 일상에 가둔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가출한 조카와 보낸 며칠후 그리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단골 술집 마담의 전남편과의 만남 이후 그의 심경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며 그런 챗바퀴같은 삶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암시를 하는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정말 영화는 그의 반복적인 일상, 그리고 중간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만을 보여줄뿐, 뭐하나 명확하게 설명해주지를 않고 모든게 다 암시이기 때문에 정말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다. 하지만 주인공 히라야마를 연기한 배우 야쿠쇼 코지의 섬세한 연기로 그가 겪는 심경의 변화에 크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영화의 엔딩장면에서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운전해서 가는 롱테이크 장면은 압권이다. 작년에 본 영화들중에 유난히 엔딩에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들이 있었는데, 이 '퍼펙트 데이즈'도 그 중 하나다. 일본 영화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이 '퍼펙트 데이즈'만큼은 예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