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늘로 5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의 생일을 기념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 그가 선보인 최고의 연기를 순위로 정리하는 것이 아닐까.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을 논할 때면 늘 그가 과대평가되었느니, 과소평가되었느니 하는 논쟁이 따라온다. 그 논쟁은 여기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수많은 찬사받는 영화와 성공작들을 보면, 디카프리오는 안전한 선택 대신 모험적인 선택을 해온 상징적인 배우임이 분명하다. 물론 몇몇 작품에서는 잘못된 캐스팅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적합한 역할을 맡았을 때는 언제나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디카프리오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올드스쿨 스타일의 남자 주연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결코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고, 늘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프로젝트에 뛰어든다. 그가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명단만 보더라도 그의 연기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스콜세지, 스필버그, 이냐리투, 놀란, 타란티노, 폴 토머스 앤더슨, 우디 앨런, 카메론, 이스트우드, 리들리 스콧, 샘 멘데스 등 할리우드의 거장들과 함께했다.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상에 일곱 번 노미네이트되었고, 단 한 번 수상했다(2016년 레버넌트). 이번 순위에서 그의 레버넌트 연기를 제외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나 그의 연기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커리어에서 더 뛰어난 연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디카프리오의 최고 연기를 꼽은 10개의 작품이다.
1) 조던 벨포트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이 작품은 디카프리오 커리어에서 단연 최고의 연기로 평가된다. 스콜세지 감독의 타락과 탐욕을 그린 이 명작에서 디카프리오는 그의 연기 레퍼토리에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몇몇 장면은 거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웠으며, 월스트리트 광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캐리커처로 전락할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는 그 경계를 완벽히 지켜냈다. 그보다 이 역할을 더 잘 소화할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명성을 더해가며 고전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디카프리오에게도 가장 위험하면서도 도전적인 연기였으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독보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2) 하워드 휴즈 – 에비에이터
마틴 스콜세지의 에비에이터는 강박장애(OCD)를 다룬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대중문화에서 종종 오해되거나 부정확하게 묘사된 이 정신질환을, 디카프리오는 하워드 휴즈의 내적·외적 악마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며 생생히 그려냈다.
이 영화는 화려하지만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로, 디카프리오는 휴즈가 가진 특유의 신경증적이고 괴짜 같은 면모를 완벽히 소화했다. 휴즈는 점점 심각해지는 강박증으로 인해 결국 사회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고립시킨 괴짜 억만장자였다. 디카프리오는 그의 병적인 집착과 괴로움을 완벽하게 묘사하며,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작품은 당시 30세였던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를 안겨줄 법한 연기였다. 헐리우드 전설을 다룬 이 대작에서 그는 모든 장면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며 정신질환과 함께하는 기이함과 독특함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3) 아니 그레이프 – 길버트 그레이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감동적인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당시 19세였던 디카프리오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조니 뎁이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을 훔쳐갔다.
발달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물며 10대 배우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는 이 어려운 역할을 마치 실제 발달장애를 가진 배우가 연기한 것처럼 진정성 있게 소화했다. 당시에는 디카프리오를 잘 몰랐던 관객들도 그의 연기를 보며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연기는 캐릭터의 작은 디테일부터 큰 감정까지 모든 요소를 섬세하고 진실하게 그려냈다. 디카프리오는 아니 그레이프의 순수함, 사랑스러움, 그리고 고통을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의 재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했다.
4) 빌리 코스티건 – 디파티드
같은 영화에 잭 니콜슨의 과장된 연기가 등장하거나, 마크 월버그가 욕설로 가득 찬 폭발 직전의 형사로 출연한다면, 본인의 연기를 제대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디카프리오는 바로 그런 도전에 직면했고, 그의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과소평가되었다.
디파티드에서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의 폭발적 혼란 속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냉철한 인물을 연기했다. 무너져가는 사회 속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한 채 독특한 상황에 갇힌 그의 캐릭터는, 폭풍 속의 고요함처럼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카지노 혹은 좋은 친구들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받는 이 영화에서 디카프리오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가장 복잡한 역할을 맡았다. 그의 연기는 영화가 펼쳐내는 반전과 긴장 속에서 이야기를 단단히 이끌어나가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5) 잭 도슨 – 타이타닉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트 윈슬렛과 글로리아 스튜어트가 후보에 올랐지만, 사실 이 영화의 심장을 뛰게 하고 영혼을 불어넣은 사람은 디카프리오였다. 제임스 카메론 특유의 다소 진부한 대사를 진정성 있게 살려낸 것은 그의 공로다.
이 영화로 인해 디카프리오는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디카프리오가 오스카에서 외면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그는 ‘심쿵남’으로 유명했지만, 그로 인해 그의 연기력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OCD를 앓는 캐릭터를 연기한 잭 니콜슨이 가져갔다. 그러나 진정한 OCD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디카프리오가 에비에이터에서 보여준 연기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는 단순한 로맨스 캐릭터를 넘어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성공을 이끌었다.
6) 어니스트 –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디카프리오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에서 ‘유용한 바보’라는 복잡한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이 작품에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어니스트와 릴리 글래드스톤이 연기한 몰리 사이에는 왜곡되고 비틀린 관계가 그려진다. 몰리는 오세이지 원주민 여성이며, 어니스트는 그녀의 가족을 몰살시킨 백인 남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니스트는 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달콤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관객은 그의 행동이 탐욕과 광기로 가득 찬 삼촌(로버트 드 니로)의 조종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면서도, 어니스트의 순진함과 사랑스러움에 어느 정도 호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가 끝날 때쯤 돼서야 어니스트와 몰리의 왜곡된 관계가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쳤는지 완전히 깨닫게 된다. 디카프리오는 이 복잡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그는 영웅도, 단순한 악당도 아니다. 대신 어리석고 순진한 행동대장이자, 자신의 피해자인 아내 몰리를 사랑한 순수한 인물로 그려진다. 디카프리오는 이런 미묘한 캐릭터를 깊이 있는 연기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 캐치 미 이프 유 캔
디카프리오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경쾌하고 유쾌한 끈기로 가득 찬 연기를 선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디카프리오의 매력과 에너지를 활용해 영화를 밝고 활기찬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 영화는 타이타닉 이후 불과 5년 만에 나온 작품으로, 당시 디카프리오는 철가면, 셀러브리티, 비치와 같은 상대적으로 실패한 영화들에서 미남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디카프리오는 여기서 자신의 매력과 이미지를 활용해 훌륭한 연기를 만들어냈다.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기상천외한 범죄 행각은 황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모두 일어난 일이다. 실제 프랭크는 그의 매력적인 성격 덕분에 거의 모든 범죄를 저지르고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디카프리오는 바로 이 점을 연기로 구현해냈다.
그는 자신의 매력을 사용해 관객들이 법을 어기고 FBI를 바보로 만드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프랭크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이 캐릭터를 싫어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연기를 돌이켜보면, 얼마나 어려운 역할인지 알 수 있지만, 디카프리오는 이를 너무나도 쉽게 해내는 듯 보였다. 그의 매력과 연기력은 이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빚어내며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8) 캘빈 캔디 – 장고: 분노의 추적자
크리스토프 왈츠는 장고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디카프리오 역시 이에 못지않게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캘빈 캔디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과장되고 기괴하면서도 소름끼치는 연기를 요구했고, 디카프리오는 이 요구에 완벽히 부응했다.
캔디는 만딩고 격투 게임의 전문가로, 영화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캔디랜드’라 불리는 악몽 같은 제국을 세운 인종차별적이고 어리석은 캐릭터다. 디카프리오는 이 캐릭터의 극단적인 면모를 과감하면서도 정교하게 그려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완벽하게 ‘과장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그의 독특한 연기 톤은 이 캐릭터의 괴기스러움을 더 강렬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빛나는 연기로도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은 안타깝다. 적어도 골든 글로브에서는 왈츠와 함께 디카프리오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캘빈 캔디는 디카프리오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독특하고 강렬한 역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9) 대니 아처 – 블러드 다이아몬드
이 작품으로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마치 말론 브란도가 *비바 자파타!*로 후보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훌륭한 연기였지만, 더 나은 각본이었다면 배우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대니 아처라는 캐릭터는 그다지 섬세하게 쓰여지지 않았고, 예측할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디카프리오는 이 인물을 영화 스타로서의 카리스마와 열정으로 소화해내며, 결국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가 나아졌으며, 현재 IMDB에서 8.0이라는 준수한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배우 제니퍼 코넬리가 제대로 된 각본을 맡아 연기한 마지막 영화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디카프리오는 대니 아처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0) 테디 대니얼스 – 셔터 아일랜드
이 영화는 어떤 시상식에서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0년 2월에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의 이 긴장감 넘치는 심리 스릴러는 몇 년 사이에 명성을 쌓아가며 재평가되었다. 개봉 당시 셔터 아일랜드는 로튼토마토 68%, 메타크리틱 63점이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IMDB 평점은 거의 70만 표를 기록하며 8.1을 유지하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테디 대니얼스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트라우마와 혼란스러운 과거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한 남자의 고통을 정직하면서도 다층적으로 그려냈다.
비록 이 영화는 주요 시상식에서 외면받았지만,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유산을 남겼다. 시간이 지나며 영화는 2010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재평가되었고,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영화가 관객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보다 더 큰 가치, 바로 관객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는 영화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