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개
존 파브로는 감독과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영화계에서의 출발점은 배우였으며 각본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영화와 TV에서 꾸준히 연기해온 미국 배우다. 《루디》와 《PCU》의 개성 있는 조연에서 시작해 자신이 각본을 쓴 《스윙어즈》로 주연 배우로 주목받았고, 《프렌즈》, 《베리 배드 씽》, 《데어데블》, 《아메리칸 셰프》를 거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해피 호건으로 장기간 활동했다. 감독으로서의 성공 이후에도 연기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 자신이 만든 작품과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1966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Bronx High School of Science를 졸업하고 Queens College에 다녔지만 학위를 마치기 전에 학교를 떠났다. 이후 시카고로 이동해 즉흥 코미디를 경험하면서 전문적인 공연 활동에 가까워졌다.
초기에는 시카고의 즉흥 코미디 환경에서 연기 감각을 익혔다. 훗날 그의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대화와 배우들의 즉흥적인 호흡, 일상적인 유머는 이 시기의 경험과 연결된다.
1990년대 초 영화와 TV의 작은 역할을 맡으며 화면 연기를 시작했다. 《Folks!》와 《Hoffa》 등에 작은 배역으로 등장한 뒤 1993년 스포츠 드라마 《루디》에서 D-Bob을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관객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루디》는 파브로의 경력에서 특히 중요한 작품이었다. 촬영 과정에서 빈스 본을 만났고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 《스윙어즈》와 《메이드》를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창작 파트너십의 출발점이 됐다.
1994년 대학 코미디 《PCU》에서는 거터를 연기했다. 같은 시기 TV에서도 활동해 《사인펠드》에서 에릭 더 클라운이라는 작은 역할로 출연하는 등 코미디 배우로 경험을 쌓았다.
1996년 《스윙어즈》는 배우 존 파브로의 경력을 결정적으로 바꾼 작품이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마이크 피터스 역으로 주연을 맡았으며 공동 제작에도 참여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 배우들의 생활과 연애, 우정을 그린 저예산 독립영화였다.
마이크는 오랜 연애가 끝난 뒤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명 배우로, 파브로는 과장된 스타 연기보다 어색함과 불안, 자기비하가 섞인 현실적인 코미디를 보여줬다. 빈스 본의 자신감 넘치는 트렌트와 대조되는 파브로의 소심한 연기는 두 배우의 화면 관계를 만들어냈다.
《스윙어즈》의 성공으로 파브로와 빈스 본은 동시에 주목받았다. 특히 파브로에게는 배우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직접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각본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1997년에는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 피트 베커 역으로 여러 에피소드에 출연했다. 모니카 겔러와 연애하는 젊은 백만장자로 등장해, 이후 종합격투기 챔피언이 되겠다는 엉뚱한 목표에 집착하는 캐릭터를 코미디적으로 연기했다.
1998년 《딥 임팩트》에서는 의사 거스 파텐자를 맡았고, 블랙코미디 《베리 배드 씽》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는 카일 피셔를 연기했다.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영화의 조연을 오가며 배우로서 활동 폭을 넓힌 시기였다.
1999년 TV 영화 《Rocky Marciano》에서는 전설적인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를 직접 연기했다. 이전의 코미디 이미지와 달리 실제 스포츠 인물을 맡으면서 신체적인 변신과 보다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시도했다.
2000년 《The Replacements》에서는 미식축구 선수 대니 베이트먼을 연기했다. 공격적이고 다소 괴짜 같은 라인배커 캐릭터로 앙상블 스포츠 코미디에서 강한 개성을 보여줬다.
2001년 《메이드》에서는 빈스 본과 다시 함께 주연을 맡았다. 파브로는 바비 리글리아노를 연기하는 동시에 각본과 연출까지 담당했다. 《스윙어즈》에서 만들어진 두 배우의 상반된 성격과 대화 중심의 코미디를 범죄 이야기로 확장한 작품이었다.
2003년에는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 《데어데블》에서 맷 머독의 친구이자 법률 파트너인 포기 넬슨을 연기했다. 벤 애플렉이 연기한 진지한 주인공과 대비되는 유머를 담당했으며, 훗날 MCU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기 전에 이미 다른 마블 캐릭터를 연기한 경력이 생겼다.
같은 해 자신이 연출한 《엘프》에도 작은 역할과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 감독으로서의 경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뒤에도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를 완전히 중단하지 않았다.
2006년 《브레이크업》에서는 다시 빈스 본과 함께 작업해 조니 O를 연기했다. 이후 《포 크리스마스》, 《커플스 리트리트》 등 여러 코미디에 출연하면서 감독 활동과 별개로 코미디 배우로서의 경력을 지속했다.
2008년 자신이 연출한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의 운전기사이자 경호 책임자인 해피 호건을 연기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작은 조연이었지만 MCU가 확장되면서 해피는 파브로의 배우 경력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캐릭터가 됐다.
《아이언맨 2》에서도 감독과 배우를 겸하며 해피를 연기했고, 이후 감독직을 내려놓은 《아이언맨 3》에서는 배우로 계속 출연했다. 이 작품에서는 해피가 폭발 사고로 중상을 입으면서 이전보다 이야기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2013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는 증권 변호사 매니 리스킨을 연기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하거나 연출한 작품이 아닌 대형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 참여해 짧은 분량에서도 특유의 현실적인 코미디 감각을 보여줬다.
2014년 《아메리칸 셰프》는 배우로서의 파브로를 다시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 작품이다.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고 주인공 칼 캐스퍼를 연기했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창작의 자유를 잃은 셰프가 푸드트럭을 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열정과 가족 관계를 되찾는 이야기다.
칼 캐스퍼는 파브로의 대표적인 배우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스윙어즈》의 마이크처럼 완벽한 영웅보다 실패와 불안, 자존심을 가진 평범한 중년 남성을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경험과도 연결되는 자전적인 정서가 작품에 담겼다.
MCU에서는 이후 해피 호건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 사이를 연결하는 인물로 등장했고, 피터의 지나친 연락에 시달리는 관리자의 모습을 코미디적으로 표현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는 토니 스타크의 죽음 이후 그의 가족과 가까운 인물로 등장해 짧지만 감정적인 장면을 맡았다. 해피는 초기 《아이언맨》의 코믹한 조연에서 MCU의 긴 역사를 직접 경험한 인물로 변화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피터 파커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확대됐다. 메이 파커와의 관계를 통해 코미디를 담당하는 동시에 토니 스타크가 사라진 뒤 피터와 이전 세대의 MCU를 연결하는 인물이 됐다.
2024년 《데드풀과 울버린》에서도 해피 호건으로 등장하면서 2008년부터 이어온 캐릭터를 다시 연기했다. 한 배우가 같은 프랜차이즈의 조연을 15년 이상 이어온 사례로, 파브로의 배우 경력에서 가장 장기적인 역할이다.
파브로는 스타워즈에서도 목소리 연기를 했다. 《스타워즈: 클론 전쟁》에서 만달로리안 전사 프리 비즐라의 목소리를 맡았고,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는 리오 듀란트를 연기했다. 이후 《만달로리안》에서는 파즈 비즐라의 목소리에도 참여했다.
애니메이션과 가족영화에서도 꾸준히 성우로 활동했다. 《오픈 시즌》, 《G-포스》, 《주키퍼》, 《정글북》 등에서 여러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아 실사 코미디와 다른 방식의 연기를 이어갔다.
배우 존 파브로의 특징은 전통적인 의미의 화려한 주연 스타보다는 현실적인 '에브리맨' 캐릭터에 가깝다는 점이다. 약간 어색하고 자기방어적이며 말이 많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상대 배우와의 대화 속에서 유머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
특히 빈스 본과의 초기 작품에서는 두 배우의 상반된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본의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파브로의 불안하고 현실적인 반응이 충돌하면서 《스윙어즈》와 《메이드》 특유의 코미디 리듬이 만들어졌다.
감독과 프로듀서로 훨씬 큰 성공을 거둔 뒤에도 배우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아메리칸 셰프》처럼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을 직접 맡기도 하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처럼 다른 감독의 작품에 조연으로 참여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루디》의 조연에서 시작해 《스윙어즈》의 무명 배우 마이크, 《프렌즈》의 피트 베커, 《데어데블》의 포기 넬슨, 《아메리칸 셰프》의 칼 캐스퍼를 거쳐 MCU의 해피 호건까지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는 감독 존 파브로의 경력과는 또 다른 흐름을 가진다. 배우로서의 파브로는 자신의 일상적인 외모와 자연스러운 코미디 감각을 장점으로 바꾸며 조연과 주연, 실사와 성우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30년 넘게 꾸준한 경력을 이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