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소개
톰 포드는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 각본가, 프로듀서로, 구찌와 이브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패션계의 정상에 오른 뒤 《싱글맨》과 《녹터널 애니멀스》를 연출하며 영화감독으로도 뚜렷한 작가적 세계를 구축했다. 패션에서 익힌 정교한 미장센과 색채 감각을 영화에 그대로 옮기면서도 상실과 후회, 욕망과 외로움 같은 인간의 감정을 중심에 두는 감독이다.
1961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의 상당 부분을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보냈다. 뉴욕으로 이동한 뒤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이후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뉴욕의 예술과 패션, 클럽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건축보다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 후 패션 업계에 진출해 여러 디자이너 밑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0년 구찌에 여성복 디자이너로 합류했고 빠르게 회사의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1994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뒤 브랜드의 디자인과 광고, 매장 이미지 전반을 재정비하며 1990년대 구찌의 부활을 이끌었다.
이후 구찌 그룹이 이브 생 로랑을 인수하면서 YS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까지 맡았다.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은 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설립했다.
패션에서 성공한 이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영화 연출에 도전했다. 2009년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싱글맨》을 직접 공동 각본하고 연출하며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싱글맨》은 연인을 잃은 대학 교수 조지의 하루를 따라가는 작품으로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았다. 죽음과 상실, 외로움을 정교한 화면과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했고 퍼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포드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답게 의상과 공간, 색채를 세밀하게 통제했지만 화면의 아름다움 자체보다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색의 채도와 빛의 변화를 이용해 인물의 삶에 대한 감각을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두 번째 장편 《녹터널 애니멀스》는 오스틴 라이트의 소설 《Tony and Susan》을 각색한 심리 스릴러다. 에이미 애덤스와 제이크 질렌할을 중심으로 현실과 소설 속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과거의 선택과 후회, 복수의 감정을 탐구했다.
영화 속 세련되고 차가운 로스앤젤레스의 미술계와 텍사스의 거칠고 폭력적인 풍경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켰다. 포드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이미지와 편집을 이용해 한 인물의 기억과 죄책감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애런 테일러존슨은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마이클 섀넌 역시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포드의 영화는 극도로 세련된 화면 때문에 패션과 자주 연결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름다운 외형 뒤에 숨은 고독과 감정적 공허함이 자리한다. 등장인물들은 성공과 부를 가지고 있어도 과거의 선택이나 상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접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하면서 영화의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이야기와 캐릭터까지 강하게 통제하는 작가형 감독의 방식을 보여준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두 장편 모두 뚜렷한 미학과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이미 정상에 오른 뒤 전혀 다른 분야인 영화에서도 독자적인 평가를 얻었다. 패션의 시각적 정교함과 문학적인 이야기, 배우 중심의 감정 연기를 결합하는 독특한 위치의 영화감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