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리뷰: 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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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리뷰: 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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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세상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이 한마디는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의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을 꽤 정확하게 설명한다. 어느 날 밤, 평범한 교외에 살던 플랫 가족의 세상이 갑자기 뒤틀리고, 그들이 살던 동네에는 스피노사우루스와 스테고사우루스를 비롯한 선사시대 생명체들이 나타난다.

당연히 영화에는 공룡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파괴와 살육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공룡에게 쫓기고 잡아먹히는 것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그 위에 거대한 공룡 생존극을 쌓아 올린다.

표면적으로는 《팔로우》와 《언더 더 실버레이크》를 만든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에게 상당히 의외의 블록버스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첼은 꾸준히 미국 교외의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어 있는 불안과 균열을 들여다봐 왔다.

하얀 울타리와 단독주택, 단란한 핵가족으로 대표되는 완벽한 아메리칸드림.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바로 그 안전하다는 환상 속으로 공룡들을 풀어놓는다.

부모 데니스(앤 해서웨이)와 그렉(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두 아이 오드리(메이지 스텔라)와 브라이언(크리스천 콘베리)은 겉으로는 평범한 교외의 가족처럼 보이지만 이미 서로에게 비밀을 숨기고 있으며 관계 역시 붕괴 직전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상이 갑자기 뒤집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서로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공룡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영화는 거침없는 생존극으로 변한다. 특히 기존 공룡영화와 달리 이들을 경이로운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쥬라기 공원》처럼 웅장한 음악과 함께 공룡을 바라보며 감탄할 시간 따위는 없다. 여기서 공룡은 철저하게 인간을 사냥하고 잡아먹는 포식자다.

그만큼 영화의 폭력성도 상당하다. 미첼은 공룡영화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어 온 모험과 경이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공룡과 같은 공간에 인간이 실제로 떨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할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교외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도 영리하다. 평소에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기에 완벽했던 막다른 원형 도로가 공룡에게 쫓기는 순간 도망칠 곳 없는 함정으로 변한다. 주변에서는 이웃들의 비명과 총성이 들리지만 플랫 가족은 자신들의 집을 판자로 막고 살아남는 데 집중한다.

특히 밖에서 들려오는 총성이 집을 보강하기 위해 못을 박는 망치 소리에 묻혀버리는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한 공룡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바깥세상이 아무리 무너지고 있어도 내 집과 내 가족만 안전하다면 애써 외면하고 싶은 교외 사회의 고립된 심리를 공룡 재난 속에 자연스럽게 집어넣는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겁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마이클 자키노의 음악과 미첼의 연출에는 의외의 장난기가 있고, 블록버스터의 익숙한 문법을 일부러 뒤집는 순간들도 있다. 누군가 공룡에게서 극적으로 탈출할 것처럼 영웅적인 음악을 깔아놓고 바로 다음 순간 잡아먹히게 만드는 식이다.

무엇보다 플랫 가족은 세상을 구해야 하는 영웅들이 아니다. 공룡이 왜 나타났는지 해결해야 할 특별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다. 그저 자기들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던 평범한 가족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내리는 어리석고 이기적인 선택들조차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난 그저 이 상황을 가장 덜 무서운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거야.”

데니스의 이 대사는 어쩌면 영화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결국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은 공룡에게 쫓기는 가족의 생존극인 동시에, 완벽해 보이는 가정과 평화로운 교외의 일상 아래 이미 존재하고 있던 균열에 대한 영화다.

공룡이 나타나 세상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들의 세계는 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Source
로저 이버트 Roger Ebert
Rating
4.0/4.0 영화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