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공개…이창동·고레에다·아리 애스터 사단 신작 등 황금사자상 경쟁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올해의 공식 라인업을 공개했다.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프라임타임'부터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파서블 러브', 플로리안 젤러, 마틴 맥도나, 베르너 헤어초크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신작이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한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9월 2일부터 12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개최된다. 베니스영화제는 토론토, 텔루라이드와 함께 가을 영화제 시즌의 중심으로 꼽히며,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하는 주요 작품들의 첫 무대로 자리 잡아왔다.
지난해에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가 베니스에서 공개된 이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까지 진출했다.
개막작은 대니 보일의 '잉크'
제83회 베니스영화제의 개막작은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잉크(Ink)'다.
영화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을 인수하던 초기 시기를 다룬다. 가이 피어스가 루퍼트 머독을, 잭 오코넬이 당시 '더 선'의 편집장 래리 램을 연기한다.
'잉크'는 경쟁 부문에도 포함돼 황금사자상에 도전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자신의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명예 황금사자상은 조지 클루니와 엘런 버스틴에게 돌아간다.
로버트 패틴슨 '프라임타임', 경쟁 부문 진출
경쟁 부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랜스 오펜하임 감독의 '프라임타임(Primetime)'이다.
A24가 제작한 작품으로 로버트 패틴슨이 미국 NBC의 유명 탐사 프로그램 'To Catch a Predator' 진행자 크리스 한센을 연기한다. 오펜하임의 첫 장편 극영화 연출작으로, 앞서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패틴슨의 새로운 연기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케이시 애플렉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컴퍼니(Company)'와 '더 파더', '더 선'의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연출하고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하는 종말 드라마 '벙커(Bunker)'가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의 '디 에코 챔버(The Echo Chamber)' 역시 경쟁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집필한 각본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루카 마리넬리, 수전 서랜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다.
이창동 감독, '버닝' 이후 8년 만에 신작
한국 영화 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Possible Love)'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영화로, 넷플릭스가 확보한 작품이기도 하다. IndieWire에 따르면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창동 감독이 오랜 공백을 깨고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경쟁 부문을 통해 복귀한다는 점에서 영화제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올해 두 번째 영화인 '룩 백(Look Back)'을 경쟁 부문에 선보인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도 이름을 올렸다. 존 말코비치와 샘 록웰이 출연한다.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은 '버킹 패스터드(Bucking Fastard)'로 황금사자상 경쟁에 나선다. 당초 칸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 상영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작품을 철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부문 여성 감독은 단 한 명
올해 경쟁 부문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 감독의 숫자다.
IndieWire에 따르면 경쟁 부문에 진출한 여성 감독은 덴마크·이집트 출신 메이 엘투키 감독 단 한 명이다. 그의 신작 '우먼 언노운(Woman Unknown)'이 경쟁 부문에 포함됐다.
메이 엘투키는 '퀸 오브 하츠'를 연출한 감독으로, 해당 작품은 이후 카트린 브레야 감독에 의해 '라스트 썸머'로 리메이크돼 2023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 7시간짜리 베르톨루치 다큐멘터리 공개
다큐멘터리 라인업 역시 상당히 화려하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무려 7시간에 달하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다큐멘터리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를 공개한다.
알렉스 기브니 감독은 일론 머스크를 다룬 4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머스크(Musk)'를 선보이며, 줄리아 록테프의 '마이 언디자이어러블 프렌즈(My Undesirable Friends)' 후속 작품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러셀 크로우의 '왓 러브 빌즈(What Love Builds)', 마이클 드웩과 그레고리 커쇼의 '버건디(Burgundy)', 록 다큐멘터리 '오아시스: 돈트 룩 백 인 앵거(Oasis: Don't Look Back in Anger)'도 공개된다.
빔 벤더스, 미이케 다카시, 차이밍량, 세르게이 로즈니차,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헬리와 지미 친 등의 작품도 포함되면서 다큐멘터리 부문 역시 상당한 무게감을 갖췄다.
알 파치노·다코타 존슨 신작은 비경쟁 부문
비경쟁 극영화 부문에서도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신작이 대거 공개된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플레이스 투 비(Place to Be)'에는 엘런 버스틴, 타이카 와이티티, 파멜라 앤더슨이 출연한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더 베이직스 오브 필로소피(The Basics of Philosophy)'를 선보인다. 베니스영화제 예술감독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이 작품을 '마스터 가드너'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소개했다.
알 파치노와 키퍼 서덜랜드가 출연하는 '파더 조(Father Joe)'도 비경쟁 부문에서 공개된다. 뤽 베송이 각본을 맡았으며, 마약 밀매업자들의 돈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복수심에 찬 신부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매기 질렌할은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한 단편 '플레시 임팩트(Flesh Impact)'를 비경쟁 부문에서 공개한다. 엘런 버스틴, 피터 사스가드, 다코타 존슨, 세피데 모아피가 출연한다.
톰 크루즈의 '디거'는 베니스 불참
반면 유력하게 베니스행이 예상됐던 작품 중 일부는 이번 라인업에서 빠졌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손잡은 '디거(Digger)'다. 당초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번 공식 선정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톰 포드 감독의 앤 라이스 원작 영화 '크라이 투 헤븐(Cry to Heaven)' 역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디거'는 다른 가을 영화제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있으며, '크라이 투 헤븐'은 완성 시점에 따라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이창동,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니 보일, 플로리안 젤러, 마틴 맥도나, 베르너 헤어초크 등 거장들의 신작과 로버트 패틴슨을 앞세운 '프라임타임'까지 대거 포진하면서 상당히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베니스가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전초전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영화제를 시작으로 어떤 작품이 2026-2027년 시상식 시즌의 선두주자로 떠오를지도 관심을 모은다.
